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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이모저모] "흰 연기 오를 때까지…" 4만명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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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 이틀째인 19일 오전(이하 현지시간)에도 새 교황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는 전날 오후와 마찬가지로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는 표시인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전 세계 52개국 출신의 추기경 115명은 이날 오전 시스티나 성당에서 두 차례의 투표를 했으나 지난 2일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자를 뽑지 못했다. 새 교황에 선출되려면 전체의 3분의 2인 77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차기 교황 후보인 '교회의 황태자'추기경들은 이날 오후 투표를 속개했다. 앞선 투표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득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콘클라베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진행되고 있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가톨릭 교인 등은 19일에도 연기 색깔 때문에 착각을 일으켰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전했다. 정오를 약 10분 앞두고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흰색 또는 밝은 회색으로 보이는 연기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정오를 알리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도 울렸다. 흰 연기와 함께 종소리까지 울리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나 곧 연기가 검은 색으로 변하고 종소리 또한 정오를 알리는 것으로 판명이 나자 광장에는 아쉬워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콘클라베 첫날인 18일에도 광장에 모인 교인 등 4만여 명이 색깔을 혼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광장에 있던 대학생 실비아 마리아노(20)는 "그때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흰 연기로 보여 전율했다"고 말했다. 일부 신도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를 선출한 1978년의 콘클라베에서도 연기 색깔 착각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18일 성 베드로 광장의 분위기는 교황의 장례식 때와 완전히 달랐다. 요한 바오로 2세를 보낸 슬픔과 애도의 분위기 대신 새 교황을 기다리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온두라스에서 온 마리오 리베라는 "로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교황이 선출되는 장면을 처음 지켜보게 됐다"며 "흰 연기가 오를 때까지 매일 밤낮 이곳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출신인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 추기경은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 중 한 명이다.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던 헤르난 아레체나(19)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 와서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고 있는 요제프 라칭거(78)추기경의 형 게오르크(81)가 "동생이 교황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레겐스부르크 성당 성가대장으로 재직 중인 게오르크는 "후보가 그토록 많은데 동생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선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독일인이 교황이 된다는 일은 나로선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들에 대한 전력 시비와 악성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라칭거 추기경이 10대 시절 독일 나치의 청년조직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호르헤 비르고글리오 추기경도 군사독재 시절인 1976년 예수회 수사 2명의 납치에 개입됐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좌파 언론 일 마니페스토는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두통과 우울증 증세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유일한 아시아권 후보인 인도 이반 디아스 추기경에 대해선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곧 '잘못된 내용'이라는 측근의 반박 보도가 뒤따르기도 했다. 디오니지 테타만치 추기경은 "보수주의자인 척할 뿐 실제로 보수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일랜드 최대 출판사 패디 파워가 운영하는 도박 사이트의 '신임 교황 맞히기'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섰다. 판돈도 15만 유로(약 1억9500만원)를 넘어섰다. 가장 큰 돈을 건 사람은 이탈리아 토리노에 사는 한 여성. 이탈리아 출신 카를로 마르티니 추기경에게 1500유로(약 195만원)를 걸었다. 1인당 건 금액은 30~50파운드(약 6만~10만원)선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서울=한경환.기선민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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