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에게 주식 판 이모씨, 지금도 넥슨 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진경준(49)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에게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판 인물로 지목돼 온 이모(54)씨가 현재 넥슨과 밀접히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미국에서 온라인게임 업체인 K사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넥슨이 개발한 게임의 미국 서비스권을 갖고 있다.

미국서 온라인게임 K사 운영
넥슨 게임 미국 서비스권 보유
김정주 차명 주식 가능성도

진 본부장은 넥슨 주식 보유 의혹이 불거지자 “친구가 지인에게서 ‘이민을 가게 돼 주식을 팔고 싶다’는 말을 듣고 주식 매입을 제안해 친구들과 함께 사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 뒤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주식 매도자는 넥슨에서 미국 지사 운영을 맡았던 이씨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넥슨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씨가 넥슨 주식을 넘겨준 게 맞는다면 그가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넥슨과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그 회사의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진 본부장의 해명에는 매도자가 이민을 가게 돼 국내 재산을 처분하려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씨가 매도자라면 넥슨 주식을 처분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① 진경준 '120억원대 주식 대박' 논란 일지
[단독] "진경준의 주식 권유한 인물은 김정주와 친분”



이씨는 1997년 넥슨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설립한 넥슨 미국 지사의 운영 업무를 담당했다. 김정주(48) NXC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일이었다. 이후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등을 현지에서 상용화시키며 사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넥슨이 시장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2004년 미국 지사를 철수하면서 이듬해 4월 이씨는 넥슨에서 온라인게임 서비스 회사를 분리해 미국에 K사를 세웠다. 넥슨이 2006년 자체 미국 법인을 세우며 다시 미국에 진출해 미국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지만 K사는 아직도 ‘택티컬 커맨더스’ 등의 넥슨 게임에 대한 미국 서비스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씨가 K사 설립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넥슨에 ‘회사 주식을 양도할 때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회사 정관이 있어 김 대표의 동의 없이는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김 대표가 이씨에게 맡겨 놓은 주식을 진 본부장에게 넘기는 이른바 ‘쿠션(Cushion)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설명을 듣기 위해 K사에 전화와 e메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씨와 접촉이 되지 않았다.

문병주·장혁진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