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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의의는? … 수능 같았던 현대차 공채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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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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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에서 실시된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를 마친 응시생들이 시험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7개 계열사는 이날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대졸 신입 및 인턴 서류전형 통과자를 대상으로 인적성검사를 시행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0일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시험(HMAT)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실시했다.

인적성 시험 구직자 1만명 응시
부정 방지 스마트폰 등 사용 금지
삼성그룹 GSAT는 17일 실시

올 상반기 공개 채용에 나선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치르는 인적성 시험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13개 계열사에서 30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이날 시험에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 1만여 명의 구직자가 시험을 치렀다.

HMAT 고사장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 잠신고등학교엔 입실 허용시간 40분 전인 오전 7시부터 지원자 발길이 몰렸다. 오전 7시40분부터 입실이 시작되자 학교 게시판과 현관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잠신고에선 약 1047명의 응시생이 시험을 치렀다. 한 반에 30명씩, 35개 교실에 나눠서다. 응시생중엔 남자가 많았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정기 공채는 이공계 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남자 화장실 앞에서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모든 시험 감독관들은 파란 천으로 만든 소음 방지용 덧신을 신었다. 모든 시험 진행을 방송으로 했기 때문에 응시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였다. 현대차의 막내급 직원들이 감독관으로 참여했다. 현대차는 부정 행위 방지를 위해 5시간의 시험 시간 중 스마트폰·태블릿PC·카메라·MP3플레이어·계산기 등 전자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 HMAT이 끝날 즈음엔 학교 앞으로 가족·친구·연인이 몰려들어 “수고했다”며 지원자들을 격려했다. 무거운 분위기는 대입수학 능력시험이 끝난 뒤를 연상시켰다.

올해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역사 에세이’가 화제였다. 현대차는 응시생들에게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한 의견 서술과 ‘21세기의 르네상스는 어떤 분야가 될 것인가’를 물었다. 배경 지식과 시사·상식에 밝아야 깊이 있는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응시생은 30분간 700자를 써 제출했다. 인공지능 발달로 생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질문으로 해석하고 답한 응시생이 많았다. 일부 응시생은 르네상스를 잘 몰라 서술이 어려웠다고 했다.

현대차가 지난 2011년 도입한 인재상인 ‘지속적인 혁신과 창조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사람’에 바탕을 둔 질문이다. 잠신고에서 만난 응시생 김중현(28)씨는 “인적성이 예상보다도 쉽게 출제돼 에세이에서 변별력이 갈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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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높은 난이도로 악명을 떨친 ‘공간지각’ 영역은 비교적 평이했다는 평가다. 공간지각 영역은 여러 주사위의 전개도를 조건에 맞춰 구성하고, 추가 조건에 맞춰 답을 구하는 문제다. 펜과 종이는 사용해선 안 된다. 올해는 주사위의 전개도가 단순해지고, 이를 다시 조합하는 조건이 일차원적이었다는 평가다. 대기업의 인적성 시험 문제가 어려워지면 ‘입시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삼성은 직무적성평가(SSAT)를 개정한 GSAT를 오는 17일 치른다. GSAT는 SSAT보다 자료 해석과 추리능력·시각적 사고 평가를 강화했다. 또 LG·CJ는 16일, 금호아시아나는 19~25일, SK는 24일 관련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글=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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