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비단실 뽑는 누에…몸통은 명태 맛, 내장선 녹차 향 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곤충을 먹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한 사람들만의 몫이었죠. 영국의 서바이벌 전문가 베어 그릴스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메뚜기를 잡고, 쥐라기 숲에 떨어진 병만 족장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곱등이를 베어 뭅니다.

미래 먹거리 - 식용곤충

하지만 이젠 평범한 우리들도 곤충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게 됐죠. 밀웜·메뚜기 등 식용곤충들이 여러분의 식탁에 맛있는 요리로 오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이제부터 여러분을 반전 매력 가득한 곤충 맛의 세계로 안내할 겁니다. 험상궂은 외모에 놀란 가슴은 잠깐 진정시키고 천천히 따라오세요.


기사 이미지

소개: 밀웜은 갈색거저리의 애벌레입니다. 반려동물의 먹이로 많이 사용되죠.

맛과 향: 입에 넣고 살짝 씹으면 건새우 향이 입안 가득 퍼질 거예요. 바삭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더해져 새우과자를 먹는 듯한 느낌도 들죠.

영양소: 소고기보다 2.4배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무기질·식이섬유도 풍부해요.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함유돼 있죠.

요리 방법: 밀웜 분말은 밀가루 등과 섞어 면을 만들거나 베이킹을 할 때 사용합니다. 체내 성분을 농축해 만든 액상 소스는 국물 요리(수프·스튜 등)를 만들 때 쓰죠. 밀웜 오일은 파스타·샐러드 등의 요리에 뿌려 풍미를 더할 때 이용해요.

특징: 밀웜 요리에 다른 기름 성분을 더할 경우 양 조절에 유의하세요. 밀웜 체내에서 기름 성분이 충분히 빠져나오거든요.

가공방법: 1~2일 동안 절식(먹이를 주지 않고 배변을 유도해 곤충의 내장을 깨끗이 하는 것)시킨 후 끓는 물에 데칩니다. 그 다음 열풍건조기로 건조한 후 분쇄해 가루로 만들어요.

기사 이미지

소개: 귀뚜라미과에 속하는 곤충을 총칭합니다. 특유의 울음소리는 오른쪽 날개를 왼쪽 날개 위에 올려놓고 비빌 때 나요.

맛과 향: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맛이 귀뚜라미의 특징이죠. 고소하기도 하고 달기도 한 감칠맛이 돌거든요.

영양소: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인 발린(valine)이 소고기·돼지고기 등 육류의 6배 이상 함유돼 있어요. 간을 보호하는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 역시 육류에 비해 5배 이상 많죠.

요리 방법: 분말은 녹차, 토마토 소스 등 다른 재료들과 섞였을 때 감칠맛을 냅니다. 밀가루로 면을 만들 때 넣으면 면발에 탄력이 더해지죠.

특징: 귀뚜라미를 뜨거운 물에 데칠 경우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어요. 분말이 짙은 흑갈색을 띄어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요리의 색이 보기 안 좋을 수 있죠.

가공방법: 1~2일 동안 절식시킵니다. 그 이상 방치하면 잡식성인 귀뚜라미가 다른 귀뚜라미들을 잡아먹을 수 있어요. 그 다음 메뚜기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에 씻어내고요. 씹기 힘든 날개와 뒷다리의 날카로운 돌기를 제거하죠. 이후 열풍건조기로 건조한 후 분쇄해 가루로 만듭니다.

기사 이미지

소개: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을 말해요. 논에서 벼 및 벼과 잡초를 갉아 먹으며 살아가죠.

맛과 향: 처음 씹을 땐 견과류 같은 맛이 나요. 계속 씹다 보면 깨로 만든 과자를 먹는 느낌도 들죠.

영양소: 소고기보다 3.3배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식용곤충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죠. 단백질 분해 성분인 트립신이 풍부해 소화에도 좋아요.

요리 방법: 분말은 밀가루 등과 섞어 면발을 만들 때 자주 사용합니다.

특징: 단백질 함량이 높아 분말을 조금만 넣어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어요.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요리에서 풀 냄새가 날 수 있답니다.

가공방법: 1~2일 동안 절식시킨 다음 꼭 뜨거운 물에 씻어냅니다. 찬물로 씻으면 파닥파닥 뛰어다니는 메뚜기들 탓에 곤란함을 겪을 수 있어요. 그런 다음 뒷다리의 날카로운 돌기들을 제거해요. 삼킬 때 목에 걸릴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열풍건조기로 건조한 후 분쇄해 가루로 만듭니다.

기사 이미지

소개: 변태를 하는 곤충류에서 나타나는 유충(성충이 되기 전 거치는 어린 형태)을 말합니다. 식용으론 ‘흰점박이꽃무지’란 곤충의 유충을 주로 사용하죠.

맛과 향: 내장을 제거한 후 얇게 펴 말린 굼벵이의 식감은 감자칩과 닮았죠. 하지만 훨씬 고소하고 담백해서 어른들 입맛에도 딱이에요.

요리방법: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보리색 분말은 파전·덮밥·튀김 등 다양한 요리 위에 뿌려 즐길 수 있어요.

특징: 분말을 뿌릴 때 입자끼리 뭉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가루가 응집되면 곤충 특유의 불쾌한 향이 날 수 있거든요.

가공방법: 1~2일 동안 절식시킬 때 수시로 물을 뿌려줍니다. 수분은 굼벵이의 배변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 다음 끓는 물에 데치고 칼로 배를 갈라 내장과 머리를 제거해요. 이때 몸의 나머지 부분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이후 열풍건조기로 건조한 후 분쇄해 가루로 만듭니다.

기사 이미지

소개: 뽕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나방의 유충을 말해요. 누에가 지은 고치를 삶으면 비단실을 1200∼1500m 정도 뽑을 수 있죠.

맛과 향: 누에는 두 가지 맛을 숨기고 있어요. 몸통을 씹으면 마른 명태 맛과 향이 나죠. 뽕잎이 들어있는 내장을 씹으면 녹차 향이 풍길 거예요.

요리방법: 녹차 가루와 비슷한 분말은 우유나 물에 타 단백질 셰이크로 마시기 좋습니다. 피낭시에·마들렌 등의 과자를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의 재료로도 사용하죠.

특징: 누에 내장에 쌓인 뽕잎 때문에 녹차 향이 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씁쓸한 맛을 냅니다. 맛을 더하기 위해 분말에 꿀·설탕 등을 함께 섞어 사용합니다.

가공방법: 누에를 깨끗이 씻은 뒤 낮은 온도 혹은 뜨거운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건조합니다. 주로 분쇄해 분말 형태로 사용하죠. 완성된 분말은 녹차 가루와 같은 녹색을 띱니다.

기사 이미지

누에·밀웜·메뚜기(위에서부터)는 보통 건조한 뒤 분쇄해 가루로 만들어 사용한다.

기사 이미지

김용욱 대표는 경주대 외식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식용곤충 연구를 시작, 현재 한국식용곤충연구소장이다. 지난해 7월 동료 연구원들과 국내 최초의 식용곤충 전문 식당 ‘빠삐용의 키친’을 열었다.

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대표 인터뷰

곤충은 저탄소 단백질 식품 누구나 즐길 수 있게 개발 중이죠

여러분에게 곤충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까맣고 징그러운 것? 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대표는 “곤충이란 ‘영양의 보고’이자 ‘미래의 먹거리’”라 말합니다. 그 작은 몸 안에 무엇을 숨기고 있기에 영양의 보고란 말까지 나올까요? 김 대표에게 우리가 몰랐던 상상 이상의 곤충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식용곤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때부터 꾸준히 식량을 연구해왔어요. 그중 가장 관심 있던 주제는 ‘기아 식량’이었죠. 아프리카 빈곤국 주민들은 곤충을 튀기거나 볶아서 자주 먹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양을 먹어도 몸은 야위기만 했죠. 곤충에 지나치게 높은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상당량 빠져나가는데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 거예요. 그 모습이 굉장히 안타까워 곤충을 영양가 높은 식량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곤충으로 만든 요리는 언제부터 개발했나요.
“식용곤충을 함께 연구할 사람들을 찾기 위해 우선 빈곤국을 후원하는 국내 NGO 문을 두드렸어요.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죠. 곤충이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단 점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했어요. 하지만 ‘곤충으로 먹을 만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더군요. 그래서 번번이 퇴짜 당했죠. 그때부터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있는 곤충 요리를 직접 개발해보자 생각했어요.”
식용곤충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육류의 2~3배나 돼요. 이는 계란·콩과 비교했을 때도 우월한 수치죠. 사육 비용도 육류의 7분의 1 수준 밖에 안 돼요. 또 소고기 1㎏를 만들 때 1만5400~1만5800L의 물이 소모된다면 곤충의 경우 많아 봤자 2280L 정도가 사용돼요. 곤충을 압착하면 고품질의 식용 기름을 얻을 수도 있죠. 몸을 이루고 있는 지방 성분의 대부분이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거든요.”
곤충이 미래 식량이 되는 데 남은 과제가 있다면요.
“사람들에게 곤충을 ‘징그러운 동물’이 아닌 ‘좋은 식재료’로 인식시키는 거죠. 그래서 제품을 출시할 때 곤충이란 말 대신 ‘저탄소 단백질’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에요. 식용곤충 제품 하나가 생산될 때 사용되는 화석 연료의 양이 다른 육류 제품에 비해 훨씬 적단 뜻이죠. 가장 중요한 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곤충요리를 개발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메뉴를 쉬지 않고 개발 중이죠.”

글=이연경 인턴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참고도서=『빠삐용이 몰랐던 식용곤충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