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 삼킨 중국 안방, 한국 보험시장 지각변동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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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보험업계에서 중국 자본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安邦保險)이 지난해 동양생명에 이어 한국알리안츠생명까지 품었기 때문이다. 안방보험 관계자는 6일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한국에 추가 투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의 매매 가격은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라 최종 실사 단계에서 대금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이 생보업계 9위인 동양생명(자산 22조5709억원)에 이어 11위 알리안츠(16조6510억원)까지 인수하면 총자산은 40조원에 육박한다. 만약 두 회사를 합병한다면 단숨에 생보업계 5위권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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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3000억에 인수 성공
동양과 합병 땐 단숨에 업계 5위

중국서 돈 굴리면 5~6% 수익 가능
공격적 영업 땐 리스크 커질 수도

안방보험의 행보는 여기서 그칠 거 같지 않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 돌풍을 일으켰던 ING생명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업계에서 빅4(삼성·한화·교보·NH농협)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 보험사가 매물로 나와 있다. 최근 스타우드 호텔 인수전에서는 메리어트호텔에 패했지만 안방보험의 총자산은 1조9000억 위안(약 338조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

자산을 확대한 뒤엔 공격적 영업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중국에서 자산운용을 하면 한국보다 높은 5~6%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 공격적으로 저축성이나 변액 보험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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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초 부산에 있는 한 생명보험사 지점의 직원 50여 명 중 30명이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인수된 동양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동양생명이 고객을 상대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직을 택했다. 보험업계에선 “지점 인력 30명이 한번에 옮겨간 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비판과 “더 좋은 대우와 영업 지원을 해준다는데 움직이지 않을 설계사(FC)가 어디 있겠느냐”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동양생명은 사업계획을 짜면서 올해 일시납 저축성 상품의 수입보험료를 2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실제 사업계획에 구체적 액수를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통큰 전략에 경쟁사들은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가 저금리 리스크로 저축성 보험 판매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동양생명의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2조원을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을 봐가며 일시납 저축성 상품의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와 다양한 상품을 찾고 있는 금융 소비자로선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초과 수익률을 낼 수도 있지만 반면 고객의 돈에 대한 리스크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이라는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이 있어 해외 투자로 초과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시납 판매를 통한 양적 성장은 초기 사업비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과도한 성장은 운용과 고객에 대한 지급여력(RBC)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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