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노름' 말고 '놀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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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리 저거리 각거리/천사 만사 다만사/조리 김치 장독간/총채 비파리 딱/한다리 두다리 세다리/인사 만사 주머니끈/칠팔월에 무사리/동지섣달 대사리…."

어린 시절 형제 혹은 동무들과 서로 다리를 가지런히 펴고 리듬 장단에 맞추다 규칙에 어긋나면 벌칙을 받으며 울고 웃었던 다리뽑기 놀이의 동요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의 한 자락이다.

여러 가지 규칙과 차례, 정직.양보 등 사회성.도덕성.협동심을 익힐 수 있었던 '놀이문화'를 나타내는 말로 '놀음'이 있다. '노름'과는 구분해 써야 할 말이다.

'놀음'과 '노름'은 행동하는 양상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놀음'은 놀음놀이의 준말로 꼭두각시놀음.북청사자놀음.광대놀음.들놀음(野遊).인형극놀음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익살스러우면서도 즐겁고 건전한 놀이문화를 말할 때 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노름'은 주사위.골패.마작.화투.트럼프 등을 써서 돈이나 재물 따위를 걸고 내기를 하는, 요행수를 바라는 놀이다.

"왕서방이 노름에 빠져 전 재산을 날렸다" "전문 노름꾼들과 노름하다 경찰에 붙들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노름은 본전에 망한다" "노름 뒤는 대도 먹는 뒤는 안댄다" 등에서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국가.국민 경제가 어렵다. 사회가 어수선할수록 생산적인 '놀음'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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