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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꼼꼼하게 계획 짜고 점검하는 습관이 집중력으로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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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불암고 3학년 손현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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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아양의 칸막이 책상 벽면에는 그날의 자습 계획표부터 주간, 월간 계획표까지 빼곡하게 붙어있다. 책상 위에는 공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스톱워치가 놓여 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닌 엉덩이 힘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집중할 수 있다면 누구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불암고 3학년 손현아양은 한번 자습을 시작하면 4~5시간 꼼짝 않고 집중력을 유지한다. 스스로도 “제 공부 비결을 굳이 꼽자면 집중력과 꼼꼼함인 것 같다”고 얘기한다.

손양은 집중력의 비결로 ‘철저한 학습 계획’을 꼽았다. “항상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다 보니 지금 공부해야 할 내용과 분량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며 “이것이 결국 꾸준한 자습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손양을 전교 1등으로 이끈 계획적인 공부법에 대해 들었다.

월간-주간-일일 순서로 학습 계획 세워
교사 설명과 자습 내용 필기 색깔 구분
스톱워치로 재가며 매일 공부시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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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아양의 일일 계획표(왼쪽)와 월간 계획표. 손양은 월간 계획을 먼저 세우고 매일 공부를 마치면 하루를 점검하며 다음 날 계획을 세운다.

월간 계획부터 주간·일일 계획까지

손양이 주로 공부하는 공간은 집 주변에 있는 사설 독서실이다. 그의 칸막이 책상 벽면에는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잘 안 외워지는 영어 단어를 메모한 것부터 학교 시간표와 월간·주간·하루 단위로 촘촘하게 세워놓은 각종 학습 계획표들이다. 손양은 “수학 학원에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이곳에서 계획표에 맞춰 5시간 이상 자습을 한다”고 말했다.

학습 계획표의 내용은 아주 구체적이다. 대다수 학생이 ‘영어 2시간, 수학 1시간’ 등 공부할 과목과 학습 시간만 정해놓지만, 손양은 ‘한국사 3단원 교과서 주요 내용 노트 정리’ ‘국어 EBS 기출문제집 45~68쪽 풀이 후 복습’ 등 공부할 내용과 분량은 정확하게 정해놓았다. 하지만 공부 시간은 표시하지 않았다. 대신 공부를 시작할 때 스톱워치를 켜고, 한 과목 공부를 마칠 때마다 스톱워치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해 플래너에 기록해 놓는다. 자습을 모두 마친 뒤엔 플래너에 표시한 시간을 모두 더해 그날의 총 공부 시간을 계산한다.

손양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꼼꼼하게 점검하는 습관이 집중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독서실을 분주하게 오가다 보면 막연하게 뭔가 열심히 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며 “막상 계획을 세우고 점검해보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자습 시간에 몇 분이나 졸았는지 등이 한눈에 보여 매시간 대충 넘어갈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플래너 짜는 요령으로 “월간 계획부터 세우라”고 조언했다. ‘이번 달에 어떤 과목을 어디까지 해야겠다’는 식으로 큰 그림을 먼저 그리면, 이를 완수하기 위해 매주 어디까지 끝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보인다. 일일 계획은 하루 전날 세운다. 손양은 “매일 자습을 마치고 그날 공부 계획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점검한 뒤, 이를 토대로 다음 날 계획표를 미리 세워둔다”고 말했다.

그날 배운 건 그날 복습, 매주 누적 복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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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습 시간에 가장 먼저 펼치는 건 교과서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은 반드시 그날 복습하는 습관 때문이다. 복습 방법은 간단하다. 잔뜩 필기가 된 교재를 눈으로 죽 훑으며 주요 내용에 형광펜을 칠하는 정도다. 손양은 “수업 시간에 절대 졸지 않고 집중해 듣고 선생님의 설명은 모두 받아적는 데다 궁금한 건 그 자리에서 질문하는 습관이 있어, 복습에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금방 수업 내용이 떠오르고 기억이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복습하다 떠오른 궁금증은 따로 정리해뒀다가 다음 날 반드시 교사를 찾아가 질문한다. 그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건 오래 기억에 남지 않는다”며 “아무리 사소한 궁금증이라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위해 질문을 자주 한다”고 얘기했다. 매일 하는 복습은 간단히 넘어가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 내용을 암기하다시피 꼼꼼하게 되새기는 누적 복습을 한다. 누적 복습은 과목별로 일주일간 배운 모든 내용을 꼼꼼하게 외운 뒤 책을 덮고 백지에 써본 뒤 빠뜨린 내용은 다시 암기하기를 반복하는 식이다.

시험 준비는 시험일 한 달 전부터 시작한다. 손양은 “평소에 복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익혔더라도, 내신 시험에는 사소한 내용까지 출제되는 경향이 있어 전체 내용을 암기한다”고 말했다. 영어는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의 지문을 모두 외우고, 국어나 사회 과목은 필기 내용 전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외운다는 얘기다. 문제집은 많이 풀지 않는다. 손양은 “내신 시험은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 중에 출제되기 때문에 교과서 등 수업 교재를 철저하게 암기하는 게 먼저고, 문제집은 확인 차원에서 간단하게 풀어보는 식”이라고 얘기했다.

내신뿐 아니라 수능 모의고사 준비도 매일 빼놓지 않는다. 수학은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을 계획한 분량에 따라 꾸준히 풀이한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고 정해진 분량을 다 풀이한 뒤 되돌아와 다시 풀어본다. 이때도 풀리지 않는 문제는 빨간 볼펜으로 표시해두고 해설지를 참고해 풀이법을 확인한다. 문제 풀이가 한 차례 끝나면 빨간 볼펜으로 표시해둔 문제만 반복해 풀어보는 식이다. 오답 노트는 쓰지 않는다. 손양은 “문제집에 주요 내용을 다 정리했고 매일 복습을 하기 때문에, 따로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게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자신 없는 과목으로 영어를 꼽았다. 특히 “문장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줄 몰라 독해가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며 “구문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휘는 매일 40~50개가량 따로 암기한다. EBS 교재나 기출문제집을 풀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단어장에 정리하고, 매일 『워드스마트』를 1강씩 암기한다. 손양은 “영어는 어휘·듣기·어법·독해까지 전체적으로 실력을 더 쌓아야 하는 단계”라며 “지금 당장 장문 독해를 하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어휘와 구문 등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져 최종적으로 독해력을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루 마감은 다음 날 계획 짜기로

손양의 교과서를 펼쳐보면 초록색과 주황색 볼펜으로 필기한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초록색은 교사의 설명을 받아적은 것이고, 주황색은 자습하다 중요한 내용을 추가로 메모해놓은 거다. 손양은 “선생님의 설명이 핵심 내용이라면, 내가 적은 것은 부연 설명”이라며 “이를 구분해서 적어야 시험 공부할 때도 핵심을 놓치지 않고 골라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와 사회문화 등 사회 과목은 교과서 한 권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 이를 반복해 본다. 방대한 내용을 노트 한 권에 정리하는 데도 방법이 있다. 손양은 “단원별로 핵심 내용과 키워드를 먼저 찾은 뒤, 상대적인 개념과 파생된 개념 등을 도식화하면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신 시험이나 모의고사에 자주 등장하는 ‘함정’은 한곳에 모아 따로 정리해 둔다.

학교에 있는 시간은 빈틈없이 공부에 투자하는 편이다. 학교에 도착한 뒤 오전 수업 시작 전까지 남는 한 시간 동안은 컴퓨터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점심시간엔 급식을 30분 안에 먹은 뒤, 몇몇 친구들과 자습실에 모여 독서를 한다. 손양은 “지난달에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었고, 이번 달에는 『맹자』를 읽는 중”이라며 “자투리 시간도 모이면 꽤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과 후에 학교 자습실이나 집에 있는 공부방이 아닌 사설 독서실을 이용하는 건 “자습하는 내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곳”이라서다. 손양은 “학교에서는 자습하는 도중에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 공부하다 맥이 끊기고, 집에선 TV나 간식 등 유혹거리가 많아 책상 앞을 자주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손양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비결로 “학습 계획과 복습”을 추천하며 “둘 다 자신을 점검하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매일 자습을 마치고 플래너를 꺼내 계획대로 실천했는지 확인하고 계획을 다 완수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질책한다. 손양은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며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꾸준히 공부한다면 성적도 자연스레 오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국어: 교과서, EBS수능특강(한국교육방송공사), EBS수능기출플러스-문법
(한국교육방송공사), 수능국어기출 마르고 닳도록(마닳)
○영어: EBS수능특강(한국교육방송공사), 씨뮬 모의고사 기출(골드교육), 워
드 스마트(넥서스)
○수학: 교과서, 학원 자체 교재 6권, 개념원리(개념원리), 쎈(좋은책신사고)
○한국사: 교과서, EBS수능특강(한국교육방송공사)
○사회문화: 교과서 요약 노트(자신이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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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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