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질 실업률 20%" 트럼프 이번엔 '경제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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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불법 이민자 추방,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 용인 등 정치 공약에 치중하던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대로 가면 대규모 경기 침체로 치달을 것”이라며 경제 이슈를 들고 나왔다.

핵 용인론 등 비난에 이슈 갈아타
WP "높게 잡아도 10% 미만" 지적

그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경제 거품, 금융 거품 위에 앉아 있다. 주식시장에 투자하기에 매우 나쁜 시기라는 건 월가의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현 정권은 실업률이 5%라고 하지만 정치인이나 대통령에 좋게끔 꾸며진 수치”라며 “실제 통계는 20%에 달하며 이 같은 높은 실업률과 과대 평가된 증시 때문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각종 정치 이슈들에서 일단 ‘화제 끌어 모으기’에는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핵 용인론 등 과격한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어 발 빠르게 전공 분야인 경제 이슈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또 공화당이나 민주당 할 것 없이 최근 보호무역 카드가 큰 파급 효과를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트럼프의 향후 선거 전략 또한 ‘경제 공포감 심기’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제기하는 경제 이슈 또한 정치 이슈와 마찬가지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대규모 경기 침체의 가능성은 10%도 안 되며 개연성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함 반홀즈 유니크레딧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크거나 작거나 경기 침체로 가고 있지 않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은 20%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의 주장은 미 노동부 통계와도 맞지 않고 풀타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까지 감안한 광의의 실업률을 봐도 10% 미만(9.8%)”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때도 전대미문의 고유가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고 2011년에는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으로 인해 실업률이 9% 이상이 될 것이라 했지만 다 틀렸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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