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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기부하면 소득공제? "고향세 도입" 목소리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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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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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 납세’(고향세)란 이름의 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향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소득공제를 받는 제도다. 고향에선 특산품을 기부자에게 답례로 보내준다. 강원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고향세 기부액은 첫 해 81억엔(5만4000건)에서 2014년 389억엔(205만600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9월에만 453억엔(약 466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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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국내에도 ‘고향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도의회 의장협, 만장일치 건의
일본, 시행 9년…연 400억엔 넘어
기부받은 지역선 특산품 답례 선물

비수도권 지자체 재정난 해소 도움
“자치단체간 대립·경쟁 과열” 우려도

전국 시·도의장들은 지난달 23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에서 ‘고향기부제(고향세)’ 도입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타지에서 일하는 이들이 자신을 키워 준 고향의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게 골자다. 사용처도 지정할 수 있다. 답례품으로 받는 지역 특산품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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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단은 건의문을 통해 “고향세는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세수를 늘릴 수 있어 도입하면 지방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올해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75곳에 달한다. 전남 15곳, 경북 12곳, 전북 10곳, 경남 9곳, 강원 8곳 등이다. 전북도의회 양성빈 행정자치위원회장은 “도시지역 자치단체는 세수가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키워낸 고향의 세수는 갈수록 줄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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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발전연구원은 지난 2월 ‘일본의 고향세 운영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향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에선 고향세가 꾸준히 늘면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향세가 늘어난 주된 이유로는 답례품을 꼽았다. 고향세 1위를 기록한 나가사키현(長崎縣) 히라토시는 새우·소라·굴 등 답례품을 제때 발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부가 활발하다. 나가노현(長野縣)은 고향세 도입 이전에는 휴경지가 많았지만 쌀을 답례품으로 보내면서 수요가 늘어 상당수 주민이 경작을 다시 시작했다. 연구원 박상헌 선임연구위원은 “고향세가 도입되면 지역 특산물 판매, 고용창출, 관광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지난해 ‘민선지방자치 20년 성과와 과제’ 브리핑에서 고향세 도입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지방소득세의 30%까지를 본인의 출생지 등에 납부할 수 있는 ‘고향발전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고향세 도입에 대해 자치단체 간에는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도입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2010년 4월 당시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공약으로 ‘고향세(향토발전세)’의 신설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출향민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반발에 부딪쳤다. 또 자치단체간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로 추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고향세 도입을 위해선 먼저 지역여건과 조세원칙을 세밀히 분석하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향세는 지역경제활성화 등 긍정적 측면이 많지만 ‘지방자치 원칙’에 위배되고 자치단체 간 대립구도·과열경쟁이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2~3세대 이후엔 상당수 사람들의 고향이 대도시가 되는 점을 감안해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이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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