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 6개월도 못할 거란 냉소, 실적으로 잠재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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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한국전력을 흑자로 돌린 조환익(66) 사장이 책을 펴냈다. 『나는 패전처리투수였다-조환익의 전력투구(電力投球)』(사진)라는 제목으로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한전을 운영한 기록을 담았다. 산업자원부 차관에 이어 한국수출보험공사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역임한 조 사장은 그동안 『우리는 사는 줄에 서 있다』(2011년)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2009년) 등 저서를 통해 공기업 경영 비법을 전수해 왔다.

『나는 패전처리…』 펴낸 조환익 사장
밀양송전탑 등 7대 과제 해결
"신재생에너지서 미래 찾을 것"

취임 전 한전은 순환 정전 사태와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을 내며 114년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갑자기 끊긴 전기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비난이 모두 한전에 집중됐다. 조 사장도 취임 당시를 “9회 말 패전처리투수였다. ‘길어봐야 6개월짜리 자리’라는 냉소도 만만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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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취임식 직후 조 사장은 ▶불안한 전기 공급 ▶밀양 송전탑 건설 ▶적자 장기화 ▶본사 이전 등 7가지 과제를 정했다. 과제 해결을 위해 직원 2만 명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내 마음을 열고, 정시 출근과 여름휴가를 보장하면서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추진했다. 현장도 강조했다.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는 40여 차례 찾아갔고, 예비 전력이 부족한 겨울철에 절전 호소를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다.

한전은 2015년 역대 최대 규모인 13조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냈다. 취임 당시 2만9000원대로 시작됐던 주가는 현재 5만9000원대로 올랐다. 패전처리투수였던 조 사장의 위상도 승리투수로 달라졌다. 1년 연임이 결정돼 연장전 마운드까지 올랐다. 차관 시절 그를 보좌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책상에는 업무 서류보다 공상과학이나 조선왕조 비화를 다룬 소설이 주로 눈에 띄었다”며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조하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기 힘든 조직일수록 빛이 나는 리더”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 책에서 20년 후 한전이 전기회사가 아닌 융합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발전시켜 전혀 다른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구글·테슬라 등 다른 분야에 있는 글로벌 기업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을 소개했다. 한전도 KT·LG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가진 국내 회사들과 협력해 신사업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한국은 ICT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력 분야도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 두 산업을 융합하면 가공할 만한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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