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않고 사표 던진 진경준, 120억대 차익 의혹 묻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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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주식에 투자했다가 팔아 120억원대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사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이르면 4일 검찰을 떠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진 본부장이 2일 오후 김현웅 법무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통상의 절차에 따라 곧 이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 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납득할 만한 진상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5년 비상장 넥슨 주식 매입 때
누구에게 얼마에 샀는지 의문 남아

일각선 “진상 규명 후 사표 수리”
법무부 “조사할 사안 아니다” 입장
시민단체 등 고발 땐 수사 가능

진 본부장은 지난달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게임사 넥슨의 주식 80여만 주를 지난해 126억원에 판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전체 재산 156억원 중 126억원이 주식 투자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재산 형성이라고 보겠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진 본부장은 “넥슨 주식 매입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하거나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공직자윤리위가 주식매입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본지 4월 2일자 1면)가 나가자 당일 오후 사표를 냈다. 그는 “재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나 법무부 등 정부기관이 나서지 않으면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일단 진 본부장이 낸 사표가 수리되면 조사 주체가 불분명해진다.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3일 “공직자의 경우에는 자료제출 요구나 소명 요구에 불응하면 제재 조치가 있지만 퇴직자는 제재 권한이 없어 제출 요구나 소명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 진행 자체에 대해선 “진 본부장의 경우 퇴직자에 대한 심사가 실효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내부적인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실효성이 있을 경우 심사를 하고, 심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자체 감찰이나 조사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산등록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위에서 살펴보고 조사를 의뢰해오면 법무부가 나서는 게 현행법상 절차”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진 본부장은 매입 경위에 대해 “2005년 당시 비상장사였던 넥슨의 주식(8500여 주로 추정)을 이민 가는 일반인에게서 1주당 수만원씩에 샀다”고 해명했다. 이 주식이 2011년 말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 직전 100배로 액면분할되면서 85만여 주가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일반 주주가 누구인지, 얼마에 샀는지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① ‘38억 주식 대박’ 진경준 “친구들과 함께 산 것”
② 공직자윤리위, 진경준 검사장 주식 조사 착수



또 진 본부장은 2002~2004년 기업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근무했다. 김정주(48) NXC(넥슨의 지주사) 회장과 잘 아는 대학 동창이다. 이런 배경이 주식 매입 과정에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특히 2005년 당시 넥슨은 인터넷 게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인이 주식을 구입하기 어려웠다. 2011년 말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 당시 진 본부장의 지분은 0.23%로 26번째 주요 주주였다. 일반인으로선 두 번째 대주주였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는 “먼저 진실을 규명하고 차후에 사표 수리 여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검찰 조직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진 본부장이 스스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혹을 풀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 조치로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경준 ·주식투자 ·의혹 ·일지

▶  2002~2004년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파견 근무
▶  2005년 상반기 증시에 상장 안 된 넥슨 주식 8500 여 주 매입 (※친구 등 3명도 동일 분량 매입)
▶  11월 넥슨, 일본 증시 상장 앞두고 1주를 100주로 액 면분할. 보유 주식 85만3700주로 늘어
▶ 2015년·2월 진 본부장, 검사장 승진
▶  6월 주식백지신탁위원회, ‘주식 보유 직무 연관성 없다’ 결정. 진 본부장, 보유 주식 전량(80만1500 주) 126억원에 매각
▶  2016년 ·3월 ·25일 공직자 재산 공개 때 넥슨 주식 으로 대박 터뜨린 사실 공개 되며 특혜 의혹 제기
▶  3월 ·31일 진 본부장, “법적 문제 없다” 공식 해명
▶ 4월 ·1일 인사혁신처, 재산등록 내용 조사 시작
▶ 2일 진 본부장, 사표 제출
▶ 4일 법무부 장관, 사표 수리 여부 결정

문병주·서복현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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