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신수'텍사스 결투'…야구팬들 잠은 다 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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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서 만나는 코리안 빅리거 8인

8명의 한국선수가 2016년 메이저리그(MLB)에서 뛴다. 미국에서 15번째 시즌을 맞는 추신수(34·텍사스)와 MLB 신인 이대호(34·시애틀)는 5~7일 개막 3연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박병호(30·미네소타)와 김현수(28·볼티모어)도 5일과 7, 8일 만난다.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MLB 경기가 매일 열린다. 팬들은 선택해야 한다. 홀딱 밤을 새든지,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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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에 합류한 추신수는 선수촌에서 햄버거가 저녁식사로 나오자 기겁했다. 추신수는 “난 요즘 미국에서도 햄버거를 절대 먹지 않는다. 굶어 죽기 직전이라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2001년 미국으로 떠나 2008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기 전까지 추신수는 ‘눈물 젖은 빵’을 씹었다. 100만원 정도의 마이너리거 월급을 받았던 당시 형편으론 먹을 거라곤 햄버거 밖에 없었다. 그에게 햄버거는 청춘이자 설움이었다. 이제 추신수는 연평균 1857만 달러(약 214억원)를 받는 특급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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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친구 이대호(34)는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지만 시범경기에서 활약을 펼친 끝에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부산 수영 초등학교 시절 추신수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던 이대호는 “신수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추신수는 부산중·부산고를 거쳐 미국 무대에 도전했고, 이대호는 대동중·경남고를 졸업한 뒤 프로야구 롯데에 입단했다.

롯데의 간판타자로 활약한 이대호는 2012년 일본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우승을 이끌고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대호는 “꿈을 찾아 가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이대호는 햄버거를 먹지 않고 MLB로 점프했다. 일본에서 올린 성적이 좋았고, 한국인 타자에 대한 MLB의 기대도 높아진 덕분이다. 21년 전 수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뛰었던 두 소년은 메이저리거가 되어 다시 만난다. 첫 대결 장소는 텍사스의 홈구장 글로브라이프 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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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과 2014년 모두 14승을 올린 류현진(29·LA 다저스)은 “강정호의 수비와 타격은 미국에서도 통한다”고 했다. 지난해 강정호(29·피츠버그)는 한국 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MLB에 직행해 타율 0.287, 홈런 15개를 기록했다. 이들의 성공 덕분에 박병호·김현수·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MLB에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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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파워 넘치는 스윙으로 주목을 받았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휘두르며 지명타자 자리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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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현수는 사정이 다르다. 그가 개막전에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범경기에서 김현수가 부진하자(타율 0.178) 볼티모어 구단은 계약파기 가능성을 미국 언론에 흘렸다.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해 MLB에 잔류했지만 당분간 주전으로 뛰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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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돌직구’를 자랑하는 오승환은 불펜 승리조에 진입했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1.86,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0.62를 기록한 그는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할 경우 대체 마무리로도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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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올해 이적한 최지만(25·LA 에인절스)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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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왼 무릎 수술을 받았던 강정호는 이달 중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등 컨디션이 좋다. 지난해 5월 왼 어깨 수술 후 재활훈련 중인 류현진은 5월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식·김효경·박소영·김원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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