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짜군, 대기업 배당수익률 1.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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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기업 상장 계열사들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을 통해 주주들과 ‘경영성과 몫’을 나누는데 그만큼 짰다는 얘기다.

49개 기업집단 235개 상장사 분석
금융·보험업 2.67% 최고 수준
75곳은 올해 배당금 아예 없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일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그룹)’에 속한 235개 상장 계열사들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평균 배당수익률은 1.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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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수익률은 1주당 현금배당액을 주주명부 폐쇄일 2거래일 이전부터 일주일 간의 평균 주가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투자한 돈에 대해 얼마나 배당을 받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배당금이 ‘0원’인 회사들도 75개사에 달했다.

이 같은 평균 배당수익률은 국고채 1년 수익률(1.635%)이나 은행의 저축성 예금 금리(1.56%)보다 못했다. 배당수익률이 국고채 수익률보다 높은 대기업 상장사는 64개 정도였다. 회사별 수익률에선 현대증권(7.56%)이 가장 높았고, 삼성카드(4.6%)·HMC투자증권(4.4%) 등 금융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산업별로 보면 금융·보험업의 평균 배당수익률(2.67%)이 최고 수준이었다. 그 뒤를 ▶전기·가스·수도사업(2.56%)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1.72%) ▶제조업(1.67%) 등이 차지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등 성장성이 높은 업종은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반면,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업종은 주가 급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때문에 배당금을 높여 주주들을 배려하는 것”이라며 “특히 금융·유틸리티 업종은 성장성은 낮지만 이익 안정성이 높아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배당수익률이 낮은 이유로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 대기업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위험 대비 차원에서 배당을 줄여 ‘현금 유보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수출 중심 구조인 국내 대기업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배당보다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2~3세로 지배 구조를 재편하는 대기업들이 있다”며 “대주주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마무리를 지어야 배당도 늘릴 수 있는데, 현재 단계에서는 시급히 배당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봤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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