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북적…작년과는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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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객으로 붐비는 백화점 3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3개 백화점의 봄 세일 사흘간(3월 31일~4월 2일)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8%가량 늘어 작년 1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진 김상선 기자]

3일 오후 3시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봄 정기세일을 맞아 쇼핑객으로 붐볐다. 신현숙(62·여)씨는 “손주들 선물도 사고, 봄이 됐으니 집도 좀 꾸며볼까 해서 남편과 함께 백화점에 왔다”고 말했다.

봄 세일 첫 주말 가전·가구 중심 8%대 성장
제주·강원 등 지역별 기업 BSI 지수도 상승
세계 경기는 여전히 안 좋아 회복 낙관 일러

이 백화점 LG전자 매장의 지승탁(31) 주임은 “혼수를 마련하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어제 하루만 평소보다 30% 많은 1억원어치를 팔았다”고 했다. 핸드백 브랜드 덱케 매장에서는 “손님이 40% 정도 늘었는데, 특히 지난해와 달리 신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같은 시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9층 대형 행사장에만 고객이 몰리던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층마다 고루 손님이 많았다. 20대 연인부터 70대 노부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고가의 맞춤 정장을 보고 있는 예비부부도 여럿 눈에 띄었다.

봄바람을 타고 소비 심리가 풀릴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봄 정기세일을 시작한 백화점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진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이 모두 세일 첫 주말 8%대로 엇비슷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세일은 예년과 달리 금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에 시작했다. <본지 2016년 3월 28일자 B1면> 하지만 ‘목요일 효과’를 감안 하더라도 지난해 봄 정기세일에서 3개 백화점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1.3~3.9%에 그친 것과는 큰 차이다.

특히 가전·가구·패션처럼 경기에 따라 판매가 좌우되는 품목의 매출이 많이 늘었다.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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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의 경우 가구(21%)·정장(20%)·골프용품(17%)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선 가정용품(19%)과 해외 패션(15%), 신세계백화점에선 보석·시계(37%)·주방용품(19%)·가전제품(18%) 판매가 많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대형 가전이나 가구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상무는 “결혼·이사철 특수와 함께 패션 매출도 증가해 소비 심리가 조금씩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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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매출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상품인 자동차 판매도 늘었다.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14만8848대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내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각종 지표에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개월 만에 올라 100을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역시 91로 전분기(81) 대비 10포인트나 올랐다. BSI는 경기 흐름을 반영한 선행지표다.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각 지역의 BSI 지수를 끌어올렸다. 올해 기업 세미나와 봄철 수학여행 장소로 제주도를 선택한 곳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강원도에서는 올 2월 평창 올림픽 테스트 게임이 열리면서 올림픽 특수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전국 제조업체 1700여 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3월 BSI 중 제조업 내수판매지수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설문을 통해 지난해 동월 대비 국내 판매 매출 규모를 조사한 내수판매지수는 80으로, 지난해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국내 제조사들이 내수 판매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유병규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은 “봄을 맞아 유통가에서 소비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경기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긴 해도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BSI가 모두 상승세긴 하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시장과 산업 지표가 연초보다 좋아졌지만 세계 경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올해 경기가 본격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구희령·문희철·유부혁 기자 heali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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