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강화 ‘1위 금융’ 노린 승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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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18면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잇달아 쓴 잔을 마셨던 KB금융지주가 삼수 끝에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현대증권 매각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은 지난달 31일 현대증권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승리로 이끈 결정적 한 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과감한 베팅에 있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시장 예상가(5000억~7000억원)를 훌쩍 넘는 1조원 이상을 써내 경쟁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홍콩계 사모펀드(PEF) 등을 따돌렸다.


윤 회장의 승부수는 신한금융을 겨냥했다. 그는 1일 열린 KB국민은행 4월 조회사에서 “지난해 KB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올해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KB금융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신한금융을 앞선다. KB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KB금융의 자기자본은 32조2000억원으로 신한금융(약 31조8000억원)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증권 인수는 은행에 쏠린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수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신한금융이 58%인 데 비해 KB금융은 67%를 웃돌았다.


일부에선 기업 가치의 2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을 베팅한 것을 두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현대증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등을 감안한 가격”이라며 “인수에 따른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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