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 죽다 살았네…북한의 석연찮은 어시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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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 대표팀. [일간스포츠]

중국 축구가 우여곡절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29일 중국 시안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월드컵 2차예선 C조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를 5승2무1패(승점 17점)로 마친 중국은 카타르(22점)에 이어 C조 2위에 올랐고, 총 8개 조 2위팀 중 상위 4팀에게 주어지는 최종예선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뒤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잇따라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했다.

본선행의 중요한 고비를 넘기고도 중국은 머쓱한 표정이다. 자력 진출 가능성이 일찌감치 사라진 상황에서 어부지리로 뜻을 이뤘기 때문이다. '마닐라의 이변'이 중국 축구의 운명을 바꿨다. 2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북한과 필리핀의 2차예선 H조 최종전에서 FIFA랭킹 95위 북한이 135위 필리핀에 2-3으로 역전패한 덕분에 중국이 최종예선에 나서게 됐다.

최종예선 와일드카드는 각 조 2위 8팀의 조별리그 전적 중 최하위팀과의 맞대결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 승점으로 정했다. 중국이 카타르에 이기고 북한이 필리핀에 덜미를 잡히면서 이 공식을 대입한 C조 2위 중국의 승점이 11점, H조 2위 북한이 10점이 됐다. 결국 중국이 와일드카드 4장 중 마지막 하나 남은 자리를 차지하며 최종예선에 올랐다.

북한은 석연치 않은 경기 운영으로 의구심을 자아냈다. 선제골을 내준 뒤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려 경기를 2-1로 뒤집었지만, 후반전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후반 34분과 후반 종료 직전 연속 골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상대 위험지역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볼을 뒤로 돌리는 장면도 나왔다. 역전패로 경기를 마친 뒤 북한 선수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필리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경기를 지켜 본 일부 축구팬들은 '북한이 중국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든다',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이기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언론은 북한-필리핀전에 대해 침묵하면서 자국 대표팀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시나닷컴은 '월드컵 본선을 향한 여행이 죽음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부활의 기적을 썼다'고 평가했다. 난팡두시바오(南方都市報)는 '중국 축구가 2004년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긴 슬럼프에서 벗어났지만, 월드컵 본선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짚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선 중국의 대진은 다음달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조 추첨식에서 가려진다. 최종예선은 12개국이 6팀씩 두 조로 나뉘어 치른다. 각 조 1·2위 네 팀은 자동으로 본선에 오르고, 3위 두 팀 중 홈&어웨이 맞대결을 벌여 승리한 팀이 북중미&카리브해 4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러 한 장 남은 본선 진출권 주인을 가린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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