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덕분에…죽다 살아난 중국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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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월드컵 2차예선 최종전에서 북한을 3-2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필리핀에 진 북한은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된 반면 중국은 죽다 살아났다. 오른쪽은 북한의 전광익. [마닐라 AP=뉴시스]

2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북한과 필리핀의 월드컵 2차예선 H조 최종전.

북한, 필리핀에 종료 직전 역전패
중국, 어부지리로 와일드카드 얻어
한·일, 2번 시드 배정 맞대결 안 해

2-1로 앞서던 북한은 후반전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후반 34분과 종료 직전 필리핀에게 연속 골을 내주고 2-3으로 역전패했다. 북한은 이날 경기에서 프리킥 찬스에서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볼을 뒤로 돌리는 등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역전패를 당한 뒤에도 북한 선수들은 필리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눈 뒤 담담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FIFA랭킹 95위 북한은 이날 135위 필리핀에 덜미를 잡히면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중국은 죽다가 살아났다. 중국은 이날 시안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C조 예선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어렵사리 최종예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조별리그를 5승2무1패(승점 17점)로 마친 중국은 카타르(22점)에 이어 C조 2위에 올랐고, 총 8개 조 2위팀 중 상위 4팀에게 주어지는 최종예선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뒤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잇따라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 언론은 북한-필리핀전에 대해 침묵하면서 자국 대표팀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시나닷컴은 ‘월드컵 본선을 향한 여행이 죽음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부활의 기적을 썼다’고 평가했다. 난팡두시바오(南方都市報)는 ‘중국 축구가 2004년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긴 슬럼프에서 벗어났지만, 월드컵 본선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짚었다.

한편 최종예선에 참가하는 12개국 중 랭킹 1·2위에게 주어지는 톱 시드는 이란과 호주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최근 A매치 8연속 무실점 승리에도 불구하고 톱시드를 받지 못해 일본과 함께 2번 시드에 배속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이 3번, 중국과 아랍에미리트가 4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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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전적과 이동거리를 두루 감안해 슈틸리케호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조 편성은 호주-우즈베키스탄-중국-카타르-태국 조합이다. 상대전적에서 한국이 대등하거나 앞서 있고, 원정경기 이동거리도 짧아 육체적·정신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라크-시리아와 함께 묶이면 중동 지역까지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대진 추첨은 다음달 12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다. 12개국이 6팀씩 두 조로 나뉘어 경쟁하며, 홈&어웨이로 총 10경기를 치른다. 대회 규정상 같은 시드에 속한 일본과의 맞대결은 불가능하다. 아시아에 걸린 본선행 티켓은 3.5장이다. 각 조 1위는 월드컵 본선에 자동 진출하고, 2위 두 팀 중 홈&어웨이 플레이오프 승부에서 이긴 한 팀이 추가로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플레이오프 패자는 북중미·카리브 지역 4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벌여 남은 한 장의 출전권 주인을 가린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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