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주 불매운동,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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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 여성노동자 단체 회원들이 `여성노동자 결혼퇴직 관행 철폐를 위한 금복주 불매선언 및 여성·노동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대구의 향토 주류업체인 '금복주'가 생산하는 술을 마시지 말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불매운동 전단·스티커가 지하철 역 등에서 배포되고 회사 앞에선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30일엔 대구여성회 등 63개 시민단체가 금복주 불매운동본부까지 발족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연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복주의 30대 사무직 여직원 A씨가 “두 달 후 결혼한다”고 상사에게 알렸다. 그 후부터 회사의 퇴사 압박이 이어졌다고 한다. A씨는 지난해 12월 초 결혼했다. 동료 직원들은 A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눈치를 의식해서였다.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 1월 말 회사 대표 등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구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이런 사실을 안 시민단체들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노동청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금복주 측은 지난 16일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반발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복주 불매운동본부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금복주 사무직 직원 중 결혼한 여성이 한 명도 없다. 여성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결혼 퇴직을 강요하는 금복주는 향토기업이 아니라 성차별 기업이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불매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복주 측은 “노동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여직원은 지난 10일 회사에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57년 문을 연 금복주는 연매출 1300억원대의 지역 대표 주류 기업이다. ‘참소주’가 대표 상품이다. '100년을 향한 고객감동 경영'이 금복주의 사시다.

대구=김윤호 기자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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