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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현역 낙방·무명 1등에 ″나도 놀랐다″|엎치락 뒤치락…개표장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한강로 상명국교에 마련된 서울 용산-마포 지구개표소에서 12일 하오9시20분 후암동 제1투표소의 투표함을 집계한 결과 투표자 1천4백62명중 신민당의 노승환 후보가 8백6표, 민정당의 봉두완 후보가 3백47표, 민한당의 김재영 후보가 2백50표를 얻어 노 후보가 전체의 절반이상을 휩쓸었다.
첫 투표함이 개표되자 1층과 2층의 정당참관인 석에서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 노후보측 참관인들은 『게임은 끝났다』며 희색이 만면인 반면 봉후보측은 서로 귀엣말을 나누며 크게 실망한 표정들.
잇달아 개봉된 후암동 제2투표소의 개표결과도 1천7백31명의 투표자가운데 노후보가 9백10, 봉후보가 4백15, 김후보가 3백8로 역시 노후보측이 압도적인 표차를 보였다.
개표종사원들도 이같은 결과를 두고 『용산구의 후암동이 노 후보의 표밭이 아닌데도 이처럼 엄청난 표차를 보인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11대 때 전국최대 득표자인 봉후보가 2위로 떨어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압도적지지 미처 몰라>
○…서울 강동지구에서 개표시작부터 압도적 우세를 보이던 신민당 김동규 후보는 12일 하오 10시50분쯤 개표장에 나타나 『제가 김동규 올시다』라며 개표 원들과 인사를 나누려다 개표에 방해된다는 선관위 측의 제지로 일단 귀가.
김후보는 그러나 l3일 상오 3시30분쯤 득표수가 11만 표를 넘어서자 다시 개표장에 나와 선관위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유권자들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줄은 몰랐다』며 당원들에게 당선사례용 벽보 1만장을 급히 제작토록 지시했다.
또 김후보측에서는 13일 상오 5시40분부터 득표수가 14만표를 넘자 서울 동대문구 신민당의 송원영후보와 전국최다득표자리를 놓고 그 가능성을 점치기도.

<63명중 62명이지지>
○…전국에서 제일먼저 투표를 끝냈던 충북 옥천군 안남면 오대리 안남면3투표구에서는 투표자 63명중 무효표 1표를 제외한 62표가 민정당의 박준병 후보에게 몰표.
박 후보는 고향인 옥천군 청산면에서도 유효표 5천3백30표 중 4천3백12표를 얻어 80.9%의 투표율을 기록.

<3차례 도전 끝에 영광>
○…김제-부안의 신민당 당선자 최낙도씨는 『10년동안 3차례 도전 끝에 따낸 승리』라며 『하려고 하면 할수 있다는 신념하나로 주의의 많은 도움을 얻어 영광을 얻었다』면서 민주화투쟁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며 울먹였다.

<6선 경력 물리치기도>
○…『와, 우리는 이겼다. 드디어 해냈다』
당초 예상을 뒤엎고 6선 경력의 현역의원을 물리치고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신민당의 명화섭 후보는 50여명의 당원들과 얼싸안고 환희의 눈물을 홀렸다.
명 후보는『30여년간 야당생활을 한 보람을 이제 찾았다』고 울먹이며 『이번 승리는 나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신민당의 승리다』며 『인천시민의 숭고한 정치적 정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명후보와 인천에서 당선된 신민당의 유제연 후보 사무실에는 김영삼·김대중씨를 비롯, 각지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축전이 쇄도.

<당선 확정되자 딴소리>
○…개표가 시작되기 전에는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비난하던 대전동구의 신민당 송천수후보측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송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언제 불만을 나타냈느냐는 듯이 희색이 만면.
신민당측은 개표전에는 모당에서 조직원들을 동원, 대리투표를 하는등 각종 불법사례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개표가 유리하게 진행되자 종전의 태도를 바꿔 불법사례를 묻는 보도진의 질문에 아는바 없다고 딴전.

<인접 선거구에 더 관심>
○…충남 서산-당진 주민들은 자기 지역 선거결과에 못지않게 선거구를 인천지역으로 옮겨 출마한 유제연씨(인천 동-북구·신민)와 명화섭씨(인천 중-남구·신민)가 당선된데 대해 더욱 화제.
당진 출신의 유제연씨와 서산 출신의 명화섭씨가 신민당후보로 12대 총선에서 서산·당진 지역구를 포기하고 인천 지역으로 옮겨 처음부터 관심을 끌어 왔기 때문이데 이로써 12대 국회에서는 민정당 외 전국구후보 유근환씨(서산출신)와 충남8선거구 당선자 2명을 합쳐 서산-당진 지방에서 모두5명의 국회의원이 탄생하게 된 셈.
인천지방은 현재와 같이 육로교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서산에서 뱃길로 자주 왕래한 관계로. 서산-당진 출신이 많이 살고있다고.

<근소한 표 차에 줄담배>
○…경기도 부천지구 개표장인 부천시청 회의실은 13일 자정이 넘도록 후보자간에 시소게임 식으로 표차가 거의 없자 각 당참관인과 개표 종사자들이 계속 담배를 피워대 굴뚝을 방불.
이지역 선관위 민모과장은 공기가 탁하고 화재위험이 있으니 장내에서는 금연해주기 바란다고 방송한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무의식중에 담배를 피워 물어 참관인들이 어이없는 표정.

<예정보다 1시간 늦어>
○…83개의 도서지구 투표소를 가진 전남 신안군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늦은 13일0시40분쯤부터야 개표가 시작됐다.
당초는 12일 하오 11시30분 쫌부터 개표를 실시함 예정이었으나 도서지방 투표함을 수송하는 선박들이 신안군 안좌면 팔금도에서 일시 썰물 때문에 갯벌에 걸린 관계로 83개 투표함 중 17개가 13일 0시40분쯤 도착했기 때문.
이날 팔금도등 정개 투표함은 당초 12일 하오11시30분까지 목포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썰물과 야간항해로 예정보다 1시간10분쯤 늦게 도착한 것.

<트럭 진창에 빠져 지연>
○…12일 하오 6시쯤 충북 진천군 진천읍 제8 투표소인 신덕국교에서 투표함을 운반하던 8t트럭이 운동장의 진창에 빠져 나오지 못해 급히 4t트럭을 동원, 로프로 연결시켜 3시간만인 하오 9시20분쯤 끌어냈다.
또 진천군 백곡면 제1투표소인 백곡 국교 운동장에서도 투표함을 실은 8t트럭이 진창에 빠져 종사원들이 3사간 동안 트럭을 밀고 당기는 고생 끝에 하오 9시5분쯤에야 겨우 끌어내 군정개표소로 향했다.

<컬러비디오 개표 녹화>
○…서울 강동지구 개표장인 잠실 YMCA체육관에는 신민당 김동규후보측에서 일제28㎜ 컬러비디오 녹화기까지 동원, 2층 일반 관람인석에 설치해놓고 개표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
신민당 강동 지구당조직부장 정현진씨(48)는 『개표상황을 감시하는데 망원경 만으로는 안될것 같아 녹화기를 빌려왔다』며 『녹화 제작한뒤 지구당 홍보용으로도 사용할수 있어 1석2조』라고 말했다.
한편 개표장 측은 체육관안전을 위해 전원공급코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이들은 배터리를 충전해 녹화했다.

<충북 무더기 표 나와>
○…투표율 90.4%(부재자수 포함)로 전국1위를 차지한 충북도는 4개선거구에서 민정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하면서 민정 전체득표율이 56.7%로 전국1위를 차지하자 민정당 각 지구당 사무소는 물론 도·시·군 관계공무원들도 희색이 만면.
반면 야측 인사들은 『투표율 1위에 집권당 지지율 1위라니 이젠 감자바위란 별호를 강원도에서 충북으로 옮겨야 할판』이라고 은근히 야유.

<"야표, 여로둔갑"항의>
○…12일 하오 10시40분쯤 서울강서지구 개표장인 강서구청 지하상황실에서 민한당 측 개표참관인 김종석씨(55)가 개표장단상에 뛰어올라가 선관위원장에게 민한당 고병현후보의 표가 민정당 남재희후보의 표로 둔갑했다』고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김씨에 따르면 6명의 각정당 후보자들의 득표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검표가 끝난 남후보의 표 묶음 속에 고후보의 표 30∼40장이 들어 있었다는 것.
이에대해 선관위 측은 『여러번 검토했기 때문에 아무이상이 없다. 분류를 쉽게하는 과정에서 잠시 표가 섞인 모양』이라고 해명했다.
이때문에 개표가 10여분 지연되기도 했는데 김씨는 이밖에도 『표를 계산할 때도 이름 있는 쪽으로 세지 않았다』며 선관위 측의 해명을 납득할수 없다고 주장.
96.1%로 단연 압도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가장높은 지역은 부산중구로 유권자 6만2백3명중 5만7천8백73명이 투표, 96.1%를 기록했고 서울 성동을 지역은 유권자 26만9천70명중 20만7천6백34명이 투표, 77.2%의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용지에 낙서만 써>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투표용지 전면에 『국민들은 현명하다. 속이지 말라. 도둑질 말라』 『내 깨끗한 한 표를 찍을 대가없다』고만 쓰고 후보자 누구에게도 기표하지 않은 표2장이 나와 개표종사자들이 어리 둥절.

<튀김통닭 밤새 불티>
○…충북청주·제천등 도시지역의 통닭집들은 12일 밤 개표상황이 밤늦게까지 TV로 중계되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밤참이나 술안주로 튀김통닭을 주문해 즐거운 비명.
청주시 북문로에 있는 C통닭 집의 경우 12일 하오 11시쯤부터 13일 상오 1시까지 80여 마리의 통닭주문을 받았고 제천시 중앙동 J치킨 센터도 불과 2∼3시간동안에 50여 마리의 통닭주문을 받았으나 밤중에 닭을 구할수 없어 제대로 응하지 못했는데 통닭집 주인들은 『개표 때문에 통닭이 불티난것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물건이 없어 더받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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