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은 생모 고영희 무덤, 평양 대성산에 성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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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낳은 고영희(왼쪽)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모습. 북한 당국이 1980~90년대에 촬영한 영상을 일본 언론이 2012년 공개하면서 고영희의 모습이 알려졌다. [중앙포토, 구글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生母·친어머니)인 고영희(2004년 사망·일부에선 ‘고용희’라고도 주장)의 묘가 평양시 중심가(개선문)에서 북동쪽으로 약 8㎞ 떨어진 대성산 구역에 조성됐다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말했다.

묘비엔 ‘선군조선의 어머니’ 새겨
봉분 주위 대리석, 주차장도 조성
북 명절 때 당간부·주민 단체 참배

평양에 살던 탈북자들과 일부 국내 전문가들의 전언으로 고씨의 묘가 대성산 인근에 있다는 사실은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위치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고영희의 묘지는 한국의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북한 혁명열사릉 인근 대성산 주작봉 기슭에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며 “김일성과 항일 무장활동을 함께 했던 지휘관들의 무덤인 혁명열사릉은 북한 주민들에게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만큼 김정은의 생모를 우상화하기 위한 차원 같다”고 말했다.

묘지 인근에는 북한의 놀이공원인 대성산유희장과 대성산동물원 등이 있어 놀이장을 찾는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고씨의 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직선거리로 4㎞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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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일가를 연구해온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서도 풍수를 매우 중요시한다”며 “김정일의 시신이 있는 곳과 가깝고, 평양에서 풍수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는 주작봉을 묘지로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양을 자주 왕래하며 최근 이곳을 다녀왔다는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묘지는 고도 200m가 채 안 되는 곳이지만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며 “평양 시내가 훤히 보일 뿐만 아니라 오른쪽에는 저수지가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생모의 묘지를 대대적으로 성역화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중국 소식통은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봉분을 고치고 주변 정리작업을 했다”며 “김정일 사망 이후엔 흙으로 돼 있던 봉분 주변에 폭 40m, 길이 10m 가량의 바닥에 대리석을 깔고 근처에 주차장뿐 아니라 단체로 참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은 2004년 5월 고씨가 프랑스에서 지병으로 사망하자 시신을 공수해와 이곳에 안치했으며, 2012년 6월 묘지조성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도 2012년 이후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고씨 묘 참배를 강요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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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생일 등 북한이 명절로 꼽는 각종 기념일엔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단체로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를 한 뒤 고씨 묘에도 들른다고 한다.

정 실장은 고영희가 가명이라고도 주장했다. 정 실장은 “최근 국내에서 재판을 한 그의 동생 이름이 고용숙으로 나와 있다”며 “고영희가 1970년대 초 무용수로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을 때 노동신문에도 고용희로 표기됐다”고 말했다.

묘비를 직접 봤다는 중국 소식통도 “묘비의 전면엔 음각으로 사진이 새겨져 있고, 그 밑에 ‘선군조선의 어머님 고용희 동지’라고 쓰여 있었다”며 “ ‘1952년 6월 26일 출생, 2004년 5월 24일 서거’ 로 새겨져 있다”고 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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