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전 세계 명문 골프장 17개…골프 제국 세운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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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명문 골프장 17개를 소유하고 있다. 사진은 블루몬스터로 불리는 도랄 골프장. [사진 골프파일, 트럼프 골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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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 도랄 골프장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자 더스틴 존슨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골프파일, 트럼프 골프 홈페이지]

미국 공화당의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극과 극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 모두 골프광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연휴에 뉴욕을 방문 중 갑자기 골프를 치고 싶어 인근 몇몇 명문 골프장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다. 골프장 예약이 거의 차 있었던 데다 대통령은 경호 때문에 앞뒤로 몇개 조를 비워야 하며 회원들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퇴짜맞은 사연이 신문에 소개됐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가 지금 당장 사임해서, 나라를 위해 커다란 일을 한다면 그에게 평생 내 코스 어디에서나 공짜 골프를 치게 해주겠다”고 트위터에 썼다.

트럼프는 이렇게 큰소리를 칠 정도로 거대한 골프 제국을 만들었다. 미국과 유럽에 최고급 골프장 17개를 소유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 및 골프 리조트의 가치가 총 5억7000만 달러(약 6885억원)라고 주장했다. 오바마가 골프를 하려다 거절된 뉴욕시 인근에만 트럼프는 5개의 명문 골프장을 가지고 있다.

또 플로리다의 부유층 주거지의 호화 골프장 3개와 LA,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에 코스를 소유했다. 이중 상당수가 100대 골프장에 들어간다. 유럽에서도 명문 코스를 사들이거나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가장 좋은 위치에, 최고의 시설과 명성을 지닌 최고의 코스들만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소송을 벌이다 우연히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땅을 얻게 됐는데 여기에 골프장을 지어 성공했다. 이어 불황기에 뉴욕시 인근에서 땅을 사서 골프장을 만들어 큰 수익을 얻었다. 이후에는 골프장을 사서 재설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건설비 5800만 달러가 든 골프장을 300만 달러에 사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좋은 골프장인데도 불황 등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진 골프 코스를 사서 리노베이션하고 트럼프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최고의 골프장으로 만들어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트럼프의 베스트 코스는 메이저대회 디 오픈을 4회 개최한 스코틀랜드의 턴베리다. 역사와 전통도 깊으며 풍광도 뛰어난 코스다. 트럼프는 부동산업자답게 싸게 샀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는 트럼프가 이 골프장과 리조트를 이전 거래가격보다 3000만 달러 싼 6300만 달러에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이 곳에서 열렸다. 트럼프는 대회 중 자신의 이름이 크게 쓰여진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나 곧바로 착륙하지 않고 대회장 상공을 두 바퀴 돈 뒤 호텔 앞 전용 주차장에 내렸다. 경기를 방해 받아 기분이 상한 선수들에게 트럼프는 “여러분은 최고의 코스에서 열리는 최고의 대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아일랜드 남서부 바닷가의 명문 코스인 둔벡도 트럼프가 사들였다. 그렉 노먼이 설계했고 역시 세계 최고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스코틀랜드 에버딘에도 호화롭고 웅장한 코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최고 코스는 ‘블루 몬스터’라고 불리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도랄 리조트다. 역시 트럼프 도랄로 이름을 바꿨다. 월드골프챔피언십 캐딜락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이다. 뉴저지 트럼프 내셔널은 2022년 PGA 챔피언십 개최지로 예정되어 있다. 트럼프의 외국인 비하 등 막말 파문이 일어나면서 트럼프의 골프장들도 서리를 맞고 있다. 그의 코스에서 예정됐던 중요한 대회들이 취소되고 있다. 그의 골프장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에 짓고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과 트럼프 월드 골프 클럽은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트럼프 월드 골프 클럽은 타이거 우즈가 디자인했는데도 개발이 중단됐다.

  트럼프의 미국 내 골프장도 사정이 아주 좋지는 않은 듯하다. 트럼프와 가끔 라운드를 함께 하는 영화배우 사무엘 잭슨은 “트럼프가 나도 모르게 트럼프 골프장의 회원으로 가입시켜놨다. 아마 트럼프가 나를 그 골프장 회원에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전혀 몰랐다. 돈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60대 타수를 여러 번 쳤다고 했다. 특히 꽤 어려운 트럼프 팜비치 골프장의 아마추어 최소타 기록(66타)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골프로 겨룬다면 쉽게 이길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속임수를 쓴다는 증언이 여럿 나왔다. 사무엘 잭슨은 “트럼프와 당신 중 누구의 골프 실력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속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속인다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릭 라일리는 트럼프와 함께 골프 라운드를 한 후 “그의 속임수를 1부터 10까지의 점수로 표현하면 11에 해당한다”고 표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의 골프 친구 몇몇의 증언을 토대로 비슷한 보도를 했다. 트럼프는 이런 속임수 증언들에 대해 모두 강력 부인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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