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 "만행"세계에 환기|서독언론인이 소설화한 "랭군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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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문제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독의 언론인 「싱·후·쿠오」씨 (곽흥호·서독으로 귀화한 인도네시아화교-디 벨트지의 슈투트가르트 주재기자)가 83년10월의 아웅산 암살폭파사건을 주제로 독일어로 픽션이 가미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83년에 출간된 『북한-극동의 수용소군도』 등을 비롯, 3권의 한국관계 저술을 갖고있는 저자는 버마와 스리랑카 등을 현지답사, 사건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의 모의과정에서부터 버마정부의 사건처리과정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사실에 바탕을 둔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저자는 짤막한 문장, 다채로운 묘사와 약간의 상상력을 구사해 마치 소설처럼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폴리트크리미』(정치추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추리소설 같은 박진감은 부족하다.
저널리스틱한 분위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저자가 독자로부터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효과까지 기대했다면 그런 면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수뇌부가 랭군사건을 모의하고 지령하는 부분 등도 다분히 상상력이 동원돼 픽션화되긴 했지만 한국독자로서 흥미를 끄는 부분은 북한암살요원들이 사전에 현지를 답사하는데서부터 아웅산 묘소 폭파 후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이다.
목격자와 사건관계자, 저널리스트와 관리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시키고 있다.
사건당사자로서 한국의 저널리스트들이 못했던 작업이기 때문에 이 저서는 그런 면에서 더욱 돋보인다.
저자는 이 저서를 통해 북한의 맹목적인 이념교육과 김일성 신격화 교육이 빚어내는 비뚤어진 인간상을 체포된 2명의 북한군장교를 통해 부각시키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독자의 관점에 따라서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을 만큼 이 부분은 불명확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현재 세계평화를 위협하고있는 국제테러리즘은 투쟁적인 북한공산주의의 기본요소이기도 하다.
북한의 테러리즘은 랭군에서 뿐 아니라 세계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한 것 같다.』
▲책이름=『아웅산 묘지의 학살』, 부제= 『랭군의 김일성 테러리스트들』.
서독 제발트 (See Wald)출판사·2백29면· 29마르크(약7천7백원)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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