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트럼프·크루즈 '차별 발언'에 전 세계 지도자들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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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인종 차별 발언을 겨냥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 미 국무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무슬림 차별, 히스패닉 차별 발언을 겨냥해 “전세계 지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서 “내가 가는 곳마다 그곳의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묻는다”며 “그들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 장관이 직접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와 크루즈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은 “(공화당 후보들의 발언으로)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정감과 신뢰감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며 “각국 지도자들이 내게 묻는 질문이나 묻는 태도를 보면 지금 (공화당 대선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우리 나라에게 분명 당혹스러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리 장관은 25일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대테러 대책을 논의하며 유럽 지도자들과 접촉했다. 브뤼셀 테러가 벌어지자 트럼프는 집권하면 국경을 일시 폐쇄하겠다고 공언했고, 크루즈는 무슬림 커뮤니티가 테러리즘을 키우고 있는 만큼 사찰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오는 31일 워싱턴에서 개막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숨은 화제는 트럼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도발적 대외 정책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몰림에 따라 각국 지도자들은 사적인 대화에서 미국 대선을 논할 것”이라며 “비공식 의제는 트럼프”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겠지만 장막 뒤에선 트럼프가 화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가 네 번째인 핵안보정상회의에는 오바마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박근혜 대통령 등 22명의 정상을 포함해 5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다. 회의에선 핵 물질 관리를 위한 국제 공조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집단의 핵 테러에 대응한 대책도 논의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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