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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외설·불륜, 막장 3박자에 추락하는 공화당 경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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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을 이어가고 있는 공화당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과 테드 크루즈 [사진=트럼프스텀프 2016]

제45 대 미국 대통령을 향한 공화당 경선이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폭력과 외설에 이어 불륜까지 등장하며 막장드라마의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의 싸움은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우며 역겹기까지 한 정치판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대통령 선거가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여주고 미국의 망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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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애리조나 유세장에서 시위대인 브라이언 샌더스가 트럼프 지지자의 주먹에 얻어맞고 있다. [애리조나 AP=뉴시스]

11일 시카고의 트럼프 유세장에서는 폭력사태가 터졌다. 트럼프 반대 시위대가 히스패닉계와 무슬림 등 소수계층 비하에 항의하다 트럼프 측과 충돌해 주먹질을 벌이며 유세가 취소됐다. 오하이오 주에서는 괴한이 트럼프가 연설 중인 단상으로 돌진 했고, 19일 애리조나주 투손 컨벤션 센터에서도 유세장 폭력은 반복됐다. 트럼프는 2월 아이오와주 유세 때는 지지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책임질테니 저들을(시위자들을) 깨부수라”고 했고,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는 “얼굴을 때려주고 싶다”며 시위대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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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의원의 슈퍼팩 `메이크 아메리카 어섬`이 유세 광고에 사용한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의 사진 [중앙포토]

22일엔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의 ‘외설’사진이 등장했다. 다음날 유타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크루즈 의원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이 선거광고에 멜라니아의 반라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보수 기독교 교파인 모르몬교의 중심지인 유타에선 크루즈가 압승을 거뒀고,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크루즈가 멜라니아의 GQ 사진을 광고에 이용했다”며 “조심해라 테드 내가 당신 부인의 비밀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비난했다.

크루즈 캠프는 자신들이 광고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며 “부인이나 가족을 끌어들인다면 비겁한 짓”이라고 트럼프와 설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비밀을 폭로할 필요도 없다. 사진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한다”며 자신의 아내와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의 사진을 게재하며 외모를 비교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경선이) 이렇게 까지 최악인 적은 없었다. 제발 진정하고 격식을 차려달라”고 간청했지만 소용 없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후보 부인들까지 싸움에 휘말리면서 선거가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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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와 자신의 부인 멜라니아의 사진을 비교해 올린 사진 [트위터 캡처]

26일엔 불륜까지 등장했다. 연예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크루즈가 5명의 여성과 불륜 행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교사, 정치 컨설턴트(변호사), 매춘부 등 5명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불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중 1명은 크루즈 캠프의 여성 대변인 카트리나 피어스라는 의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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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보도한 크루즈 후보의 불륜 의혹 보도 [사진=내셔널 인콰이어러]

크루즈는 “트럼프가 지어낸 엉터리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했지만 트럼프는 자신과 기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O.J 심슨이나 존 에드워즈의 기사는 맞았다. 하지만 거짓말쟁이 크루즈의 기사 내용은 맞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적었다. 크루즈는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펙커가 트럼프와 친구 사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공작의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이달 초에도 “트럼프는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작성했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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