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제보자 "연금"|독극물사건 현상금은 커녕 경찰서 8일째 못 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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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식품회사 독극물 협박사건의 범인 신길현씨 검거에 결정적 제보를 한 이웅엽씨(38·부동산업·서울시흥4동805의31)는 왜 현상금도 못 받고 1주일이 넘도록 경찰에서 풀려나지 않고 있는가.
대도 조세형 탈출사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일수록 제보자는 범인검거 당일로 현상금을 받고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하는 등 요란하게「영웅화」하는 것이 관례여서 제보자 이씨의 사실상 연금상태에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친구를 고발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어 보호중이며 본인동의아래 이 사건 전후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고 석연 찮은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 가족과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찰이 이씨를 풀어주지 못하는 이유를 국민 앞에 제대로 밝히고 범인과 관계가 있다면 떳떳하게 수사를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하루 빨리 귀가시켜 경찰이 제보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인상을 씻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입장>
수사본부장 안희상 서울시경제2부국장은 신고자 이씨가 공범이라는 범증은 아직 찾지 못했으나 두 사람의 관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이씨로부터 「수사협조」를 받아 법인 신씨와 함께 출입했던 장소와 만난 사람들과 대면, 알리바이를 캐고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2일 낮12시 내무부장관실에서 거행된 범인검거 유공경찰관에 대한 특진표창과 신고자에 대한 현상금 (내무부장관 5백만원, 식품공업협회 3천만원) 지급행사에서 신고자 이씨에 대한 현상금 지급을 사건이 송치될 때까지 보류해주도록 요청했다.

<의문점>
경찰은 제보자 이씨가 현상금3천5백 만원 중 1천 만원을 범인 신씨 가족에게 내놓겠다고 말했고▲신씨가 검거된 뒤 두 사람의 대면에서 신씨가 이씨를 원망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 오히려 가족을 돌봐달라고 말했으며▲지난해 11월 두 사람이 서울 종로4가 S양복점에서 함께 양복을 맞추었던 사실을 감추고 있는 점등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또▲범인 신씨가 이씨의 승용차를 타고 경기도부평 제일은행까지 돈을 인출하러 갔고 이씨가 『신씨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 차를 태워주고 함께 어울렸다』 고 말하고 있으며▲신씨의 범행을 전후해 두 사람의 행적에 대한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것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씨가족>
이씨의 부인 온복자씨 (30)는 『아빠의 무고함을 믿는다. 아빠는 신씨한테 완전히 이용만 당했는데 경찰이 왜 안 보내주는지 모르겠다』 며 불안해했다.
온씨는 제보하기 전 남편 이씨가 『자칫하면 친구 꾐에 빠져 큰일날 뻔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신씨 범행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온씨는 남편 이씨가 지난달31일까지는 하루에 3∼4차례씩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으나 1일에는 한번 밖에 전화를 안 걸어 더욱 불안해 하고있다.
이씨는 이 전화에서 『경찰서에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는 것.
부인 온씨는 『아빠가 제보하지 않고 신씨가 검거됐다면 분명히 신씨가 아빠를 공범으로 몰았을 것』이라고 아리송한 얘기도 했다.
이씨 집에는 1일 하오 『친구를 자수시키지 않고 고발할 수 있느냐』 는 비난편지가 우송돼 경찰에서 필적감정을 하고있다.
또 한밤중에도 『현상금 타서 잘 살아라』 는 술 취한 욕설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을 괴롭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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