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이 4개회사에 보낸 협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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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식회사 A전
용건만 간단히 적는다. 일본 모리나가사건이 그렇게 된 것은 병신새끼가 악랄하지 못한 탓이다. 우리는 이미 A우유에 청산가리를 넣어 한놈을 잡았다. 약간만 떠들게 하려했는데 너무 완벽해 자살이라고 판명됐어. 그것은 상관없어.
사회문제가 되어 제2의 우리를 닮은 놈이 나오면 식품회사들이 힘들테니까. 우리는 원하는 건 오는 12월27일까지 일금3천만원 뿐이다. 많은 돈이 아닌 것을 주기 아까와 신고정신에 입각, 이말에 따르든 말든 우리소관은 아니다. 경찰에 알려 비밀수사 등 할수 있겠지,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길.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도 좋다. 결과 아무 무리없이 돈이 우리 수중에 들어오지 못하면 돈은 다른 회사에도 있다.
A사는 우리말을 듣지 않은 결과의 본보기가 되는 거다. 신중히 생각하고 돈을 주겠으면 중앙일보 신문에 12월17일 「사람을 찾습니다. 오영권 부친위독 급귀가」라고 광고하도록. 시간은 끌지 못한다. 속전속결 깨끗이 단한번 부탁이다.
다음 지시는 26일 쯤 편지 도착한다. 따르지 못할 때 주기적 3년이면 완전 문닫겠지. 이것을 깔보고 돈 안줄 배짱좋은 회사도 있겠지.
경찰에 알리고 싶으면 알려라. 아무 근거도 못찾고 사회문제만 될 걸. 결과 어떨까? 조금만 태만해도 다른 회사에서 돈을 받는다. 이 악랄한 방법 잡히면 타협은 없다.
신문기사 없으면 그날밤부터 전국에. 신문사 편지는 이틀후 도착. 결과? 행운을 빈다.
다음 편지에 어떻게 돈을 받는지 잡히지 않고 받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35의5 오영권

<◇B사 1차|<84년 12월23일자 소인>>
회장님께 드립니다.
저희들은 17인의 전과자 갱생회 모임입니다. 사회의 냉대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자들로서 회장님께 구원의 손길을 부탁 드립니다. 1984년 12월27일 하오 1시까지 구좌번호 153-10-015264 원영일 앞으로 일금 3천만원 송금을 부탁드립니다.
B사의 광고비 100분의 1도 안되는 액수이오니 이해 바라옵니다. 이러한 사항을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하신다거나 인출과정에서 방해를 받을 경우 시판되고 있는 B사의 제품에 청산가리를 투입하겠습니다. 부디 무고한 생명들을 살생하는 일이 없도록 부탁 드립니다. 조용히 저희들에게 구원을 주신다면 1985년 12월27일에 저희들 갱생의 기초를 마련하고 돌려 드리겠읍니다.
공갈 협박으로 생각지 마시고 넓으신 아량으로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84년 12월 22일 갱생회 대표 원영일 드림
추신:독물투입후 매스컴에는 저희가 연락 하겠읍니다.

<◇C사 1차|<84년 12월23일자 소인>>
회장님께 드립니다.
저희들은 전과자들로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고 떳떳하게 살아가자고 철저히 약속하고 생활해가고 있는 갱생회의 17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임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저희들을 받아주지 않고 막노동판에서까지 냉대를 하며 다시 죄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읍니다. 저희들은 마지막으로 회장님께 구원의 호소를 드리기로 합의를 보고 무례한 글월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회장님 회사상품광고비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액수를 차용하고자 하오니 넓으신 아량으로 들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일금 3천만원을 1984년 12월27일 하오 1시까지 제일은행 구좌번호 153-10-015264 원영일 앞으로 입금을 부탁드립니다. 보내주신 금액은 저희들 재생의 기초를 다져놓고 분명히 1985년 12월27일까지는 갚아 드리겠습니다.
만일 이러한 사항을 무시하시게 된다면 저희들은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식품의 모든 제품에 청산가리를 투입시키겠습니다. 불우이웃을 도우셨다고 생각하시고 저희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시기 바라오며 무고한 생명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라는 바이옵니다.
인출과정에서도 방해하실 생각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수사의뢰를 하시어 1∼2명이 체포된다 하더라도 나머지 회원들에 의하여 결행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며 공갈 협박으로 생각지 마시고 협조 부탁드립니다.
1984년 12월 22일 갱생회 대표 원영일 드림
추신:독물 투입후에 매스컴에는 저희들 스스로가 알려 희생을 막도록하고 독물은 계속해서 부탁을 들어 주실 때까지 투입할 것입니다.

<◇D사 1차|<85년 1월24일 서울중앙우체국 소인>>
존경하옵는 ○○○회장님께
대기업 경영에 전념하시는 회장님께 여러가지 어렵고 바쁘신 일이 많으실텐데 번거로움을 드리게 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생면부지인 회장님께 이러한 졸필을 올리게된 경위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상스럽지못한 과거를 지니고 이제부터라도 참되게 살아보자고 다짐을 하고 의형제를 맺은 「삼도갱생회」 18인의 회원들입니다.
10개월전 저희들 나름대로 구성하여 올바른 길로만 살아갈 것을 피로써 맹세한 저희들입니다만은 벌써부터 흔들리며 죄악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려 하는 것은 물론 저희들의 의지가 약한 것이 첫째 이유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을 순수하게 받아주지 않는 사회도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먹고 살일이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마다않고 부딪쳐가며 해나가는 저희들이 전과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노동판에서도 여지없이 쫓겨나고 행상을 하다가도 연행되어 수모를 당하는 등의 사회제도는 전과자들을 다시 죄악의 길로 몰아넣고 말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 회장님께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은 18인의 단체를 리드하고 있는 입장에서 회원들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을 뿐 뾰족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통 전과 5∼6번. 교도소생활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3년까지…. 그래도 셋방에선 가장이라고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요즈음에 와서는 이렇게 살바에야 다시 법무부직원(수감자들은 자신을 이렇게 부릅니다)이 되는 것이 뱃속이 편하겠다는 의견이 팽배해지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3∼4개월전 일본 모리나가회사 사건을 신문에서 읽고 회원중 몇 명이 농담으로 오가던 사항이 지금에 와서 구체화되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있으니 저 자신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전 당국에 고발하여 사전에 막고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나 회원들을 배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고 그들이 처벌받고 나온 후 그들이 과연 포기하겠는가 하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이제 발각이 된다해도 까짓거 1∼2년 살고 나온후 더욱더 크게 벌이면 된다고 극단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회장님께 말씀드리는 내용은 공갈이나 협박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저가 사전정보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이해를 바라는 바입니다.
저희 회원들의 무모한 계획은 18인의 회원들이 2인1조가 되어 (생략) 계열기업인 D사의 유제품에 청산가리를 주입하고 즉시 각 매스컴에 홍보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계획들은 회장님께 저희들의 살길을 부탁드려보고 거절하실 경우 제1계획부터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되어 있읍니다.
존경하옵는 ○○○회장님.
저희들이 회장님께 부탁을 드리기로 한 것은 기업 경영인중에서 회장님이 제일 이해심이 많으신 분이실 것이라고 저희들 멋대로 가상을 하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교도소에서 배운 기술도 있고 하여 조그마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사온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저희들 18명이 10개월간 온갖 일을 하며 모아온 것이 금3백20만원밖에 안되어 이러한 추세라면 7∼8년이나 되어야 저희들이 목표한 금액에 도달할 것 같아 실망들이 대단합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85년 1월23일 삼도갱생회 회장 윤철우
P.S 상기의 구좌번호 예금주는 회강 윤철우 명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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