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진 대구…“아침에도 유승민 얘기하다 한바탕 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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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24일 대구 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보고회를 열고 “총선 승리 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24일 오후 1시 무소속 유승민 의원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500m 거리에 있는 한 국숫집에선 손님들이 가게에 놓인 신문의 1면 톱 제목을 읽으며 혀를 찼다.

이한구 “유, 당에 침 뱉고 떠났다”
유, 두 차례나 “대꾸할 가치 없어”

“무소속으로 유승민이 되겠나?” “결국 나가네 저렇게. 이제 새누리당이 아니니까….”

이날 오전 6시 집을 나선 유 의원은 경북 영주시에 있는 아버지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의 선영(先塋)을 다녀오는 것으로 무소속 후보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판사 시절 박정희 정권 반대 시위를 주도한 운동권 학생을 석방시켜 준 적이 있다.

이날 오후 유 의원과 보좌진은 무소속 후보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작업에 매달렸다. 300명의 후보 추천 서명을 이때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명함도 새로 맡겨야 했다. 유 의원 측 허신열 보좌관은 “아직 새 명함과 현수막의 바탕색도 결정하지 못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말이 돼야 본격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유 의원에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났다”고 비판했다. “권력이 자신을 버렸다며 정치적 희생양을 자처했는데, 자기 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런 가치들을 함부로 가져다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이를 전해 들은 유 의원은 대구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맞섰다. 그는 “공천위원장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분 말씀에 대해선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두 번을 강조했다.

식당 등에선 유 의원 문제가 가장 관심소재였다. “오늘 아침에도 유승민이 얘기하다가 한바탕 싸우고 여(여기) 왔다. 언제부터 대구가 이렇게 됐나 모르겠네.”

식당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대구에서 50년 넘게 살았어도 선거 앞두고 정치 얘기 할 때 요새같이 민감했던 적이 없었데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승민이 지가 잘나도 대통령과 같이 가야지 혼자만 저카이께 공천을 못 받는 거 아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동네에서 또 싸움이 나니 내 이름이 기사에 나오마 안 된데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지역주민 고지백(85)씨는 “유승민 찍어줘야 칸다. 당에서 사람을 저래 만들고 그라믄 되나”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대학생 서정기(27)씨도 “주변에선 새누리당이란 거보다 사람을 보는 거 같은데, 그 능력은 유승민씨가 더 앞서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후보로 단수추천을 받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평소대로 지하철역과 주부 모임 등에 인사를 다니다가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이 전 구청장은 “최고위와 공천위가 서로 협의해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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