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창우 “검찰 고위직 출신, 사외이사 못하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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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지방검찰청 검사장 등 재임 시 기업 수사 지휘라인에 있다가 퇴임한 변호사들이 해당 기업의 사외이사로 갈 수 없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창우(62·사진·사법연수원 15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23일 “현재 기업 사외이사 활동은 지방변호사회에 신청만 하면 100% 허가해 주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변협 차원에서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만들어 걸러 내겠다”고 말했다.

안보 급해 보여 테러방지법 찬성
국정원 권한 남용 총력 감시할 것

지난해 2월 말 취임한 하 회장은 전관예우 근절과 사시 존치 주장,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서 국회 제출 등의 행동을 통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임기 1년을 갓 넘긴 ‘이슈 메이커’ 하 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최근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지방변호사회에 신고하지 않고 기업 사외이사를 맡아 논란이 됐는데.
“검찰 재직 시 재벌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그 재벌 회사를 위해 일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는 사외이사가 되려면 변호사법(38조 2항)에 따라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준이 없어 신청만 하면 100% 내준다. 변협에서 새롭게 사외이사 겸직 허가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 재임 시 수사를 지휘한 대상 기업에는 못 들어가게 하겠다.”
법원·검찰 고위직 출신은 아예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관예우 관행은 한국 법조계의 가장 뿌리 깊은 병폐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1개국을 상대로 사법 신뢰도를 조사했더니 한국이 19위였다. 부끄러운 일이다. 큰 몸통이 대법관 출신이다. 법관의 최고 명예직을 지낸 분들이 퇴임 후 그 명예를 이용해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 어떤 분들은 도장 한 번 찍어 주고 3000만원을 번다. 법적인 차원이 아니라 도덕적 차원에서 그래선 안 된다.”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을 독단적으로 국회에 제출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슬람국가(IS)가 대한민국을 테러 대상국에 포함시키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등 안보 강화가 시급해 보였다. 앞으로는 변협이 갖고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 국가정보원이 권한을 남용해 국민 통신 비밀을 침해하는 상황이 있는지를 감시할 것이다. 변협에 인권조사기구가 있으니 그 기구를 가동하겠다. 적발 시 고발조치까지 할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 변협은 의견을 절대 내지 않겠다.”
판사 평가에 이어 검사 평가를 시행 중이다. 검사 평가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판사 평가는 안착됐다. 검사 평가 대상에 부장검사도 포함된다. 올해부터 검찰 내 부장검사주임제가 시행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모바일기기와 변협 홈페이지를 연동시켜 변호사들이 상시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변협 차원에서 국회의원 평가도 할 계획이다. 입법 발의부터 통과까지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보겠다. 그래야 후진적 파벌 싸움이나 제 밥그릇 챙기기가 사라질 것이다.”
국선변호인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데.
“현재 이 제도는 대법원의 국선 전담변호사, 법원의 일반 국선변호사, 법률구조공단·법무부 등이 운용하는 제도로 분산돼 있다. 이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독립 재단법인을 만들어 관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변협이 1년간 연구해 내린 결론이고 초안도 완성했다. 특히 대법원 산하에 국선 전담변호사 위원회가 있다. 이건 대법원이 변호인을 통제하는 꼴이다. 재판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이슈를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혀 아니다. 헤르만 헤세가 ‘아름다운 것이 매력적인 것은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고 했다. 내가 지금 소신 있게 일하는 건 변협 회장을 그만두면 공적 활동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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