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로폴 “테러 네트워크 최소 5000명…IS, 유럽 전역 위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제4, 제5의 테러범을 찾아라. 벨기에 브뤼셀 테러를 수사 중인 당국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23일까진 직접 테러에 가담한 인물이 4명으로 알려졌다. 자벤텀 국제공항에서 3명, 그리고 유럽연합(EU) 본부 등이 인접한 말베이크역에서 1명이었다. 24일 용의자가 1명 더 늘었다. 커다란 가방을 맨 인물이 말베이크역 CCTV에 잡혔다. 벨기에 현지 언론들은 “당국이 테러 공범일 수 있다고 보고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폭한 이브라힘은 터키 추방 전력
벨기에 “혐의 없다” 풀어줬다 화근
EU “IS 전사 400명 이상 유럽 침투”

이들 테러범 중 벨기에 국적의 이브라힘(29)·칼리드(27) 엘바크라위 형제는 각각 자벤텀 공항과 말베이크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한 게 확인됐다. 현지 언론은 복수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공항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에서 채취한 DNA 일부가 나짐 라크라위(24)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 테러 때 사용됐던 폭탄 조끼에서 DNA가 검출됐던 바로 그 인물이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폭탄 제조 전문가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제 공항에서 15㎏의 폭탄이 든 가방을 운반했던 제4의 테러범과 멜베이크역의 큰 가방을 맨 제5의 테러범을 추적해야 한다. 둘 다 폭탄이 터지지 않자 도주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 파리 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로 지난 18일 체포된 살라 압데슬람과 함께 이동하곤 했던 무함마드 아브리니(31)도 수배자 명단에 올라있다.

압데슬람이 브뤼셀 인근에서 127일간 숨어 지낼 수 있게 도운 인적 네트워크도 파헤쳐야 한다. 테러범들이 테러 직전 출범한 은신처에선 최소 10개의 대형 폭탄을 만들 수 있는 대량의 원료를 압수한 만큼 공범들도 찾아야 한다. 압데슬람 자신은 체포 직후 했던 “추가 테러를 계획했고 실제로 실행할 수도 있었다”던 진술과 달리 이날 재판정에서 “브뤼셀 테러에 대해선 몰랐다”고 주장했다.

유럽으로선 추가 테러 우려까지 큰 상황이다. 유럽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Europol)의 롭 웨인라이트 국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뤼셀 테러는 최소 5000명의 테러리스트 네트워크가 예상보다 더 무섭고 광범위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IS로부터의 위협은 단지 프랑스·벨기에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다.

또 다른 EU 관료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S가 테러 전사 최소 400명을 훈련시켜 유럽에 침투시켰다”며 “2014년에는 IS 조직원 일부가 2주가량 훈련받은 데 그쳤지만, 이제는 특별 부대가 만들어졌고 훈련도 더 길다. 이들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테러 작전을 수행해 적이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다음 테러 대상은 어디냐’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아브리니가 한때 영국에 머물렀다는 사실에 영국도 발칵 뒤집혔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당국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브라힘 엘바크라위가 터키에서 ‘외국인 테러 전사’란 이유로 추방됐으나 벨기에 당국이 테러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며 그를 풀어줬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를 언급했다. EU 차원에서도 벨기에의 대테러 대응이 부실하다고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관련기사
① 왼손에만 검은 장갑 낀 테러범 2명, 기폭장치 숨겼다
② 브뤼셀은 EU 수도가 아니라 테러리스트의 수도다



EU 내무·법무장관들은 24일 브뤼셀에서 대테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다. 뉴욕타임스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가 전쟁터였지만 유럽은 영토 내에서 (테러범인) 자국민과 싸워야 한다”며 “유럽이 진퇴 양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방문에서 “IS 격퇴에 최우선 순위 두고 야만적 테러리즘이라는 재앙을 제거하겠다”며 “세계가 뭉쳐 무분별하고 사악한 행동과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브뤼셀 테러 희생자는 며칠째 최소 31명 사망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기 드 블록 벨기에 보건장관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 150명 가운데 61명이 중상”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부상당한 사람들은 모두 40개국 출신이다.

브뤼셀=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