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안된 방역 시스템…지카 첫 환자 놓칠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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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브라질을 방문한 한국인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처음으로 발견됐지만 전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터면 환자 발견이 더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놓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환자(43)는 지난 18일 광양의 한 의원을 방문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의 환자의 여행이력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따라서 해당 의원에는 환자가 브라질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전산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은 환자의 브라질 방문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해당 전산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방역 당국이 환자의 브라질 방문 사실을 확인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주의 사항을 안내한 상태였다. 다행히 환자도 의료진에게 브라질 방문 이력을 알리긴 했다. 하지만 환자가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경우 의료진은 새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국 병의원에서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구축 작업은 마쳤지만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이같은 정보를 알 수 없다. 작은 의료기관 중에는 해당 의원처럼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업데이트를 했더라도 팝업창의 알림기능을 꺼둔 경우에는 감염병 발생 국가 방문 사실을 알 수 없어 시스템이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질본 관계자는 "각 지역 의사회와 함께 가동 여부를 전국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면서 "시스템 호환 문제로 가동되지 않는 곳은 없는지도 알아보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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