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초거대 블랙홀 물질 방출 속도 측정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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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관측한 M87 은하의 초거대 블랙홀 모습. 2013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실시한 관측 중 5개 관측의 데이터를 표시했다. 가장 밝은 곳이 제트 분출구다.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게 초대형 블랙홀이다.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선 게 블랙홀 제트로 올챙이 꼬리 정도로 보이지만 거리로 따지면 4광년 정도다.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 제트는 블랙홀 중심에서 5광년 떨어진 지점부터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

국내연구진이 초거대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물질 속도를 계산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팀은 거대은하 M87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 현상을 관측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관측된 초거대 블랙홀의 제트 현상은 기존 관측과 달리 블랙홀 중심에서 5광년 지점에서부터 광속의 80% 속도로 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M87은하는 지구에서 544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60억배 정도의 초대형 블랙홀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중력이 무척 강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블랙홀이 매우 빠른 속도로 물질을 흡수하기 때문에 흡수 과정에서 일부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데 이를 ‘제트 방출’이라 부른다. 이런 플라즈마 제트 방출은 오래전부터 천문학계에 알려져 있었으나 어떤 원리로 제트 방출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기존 관측에 따르면 블랙홀 중심 5광년 지점의 제트 방출은 광속의 10~30% 수준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블랙홀이 물질을 배출하는 것이 된다. 이번 관측은 일본과 공동으로 진행됐고 블랙홀 제트가 어떤 원리로 분출되는지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봉원 박사는 “이번 관측 결과가 천문학의 오랜 숙제를 풀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고 말하며 “앞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자세히 비교해 블랙홀 분출의 형성 과정 규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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