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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파출소서 경찰관 총기사고로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 파출소에서 한 경찰 초급간부가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쯤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휘경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이모(47)경위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동료경찰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경위는 오른손에 자신이 지급받은 38구경 권총을 쥐고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베개를 베고 누운 상태였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감식 결과 총기에서는 실탄 1발이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탄두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이 경위의 몸에서는 총상 외 특별한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에는 유서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동료 경찰관 등의 증언을 토대로 이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위는 이날 주간근무 중이었고 오전 11시쯤 동료 경찰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위가 점심시간이 지나서도 내려오지 않자 동료 경찰관이 올라갔다가 숨진 이 경위를 발견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과에서 풍속업소 단속을 담당하다 올해 2월 동대문경찰서로 발령받아 휘경파출소에서 근무했다.

이 경위는 서울경찰청 근무 당시 단속 대상 업소에 정보를 흘려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날 경찰청 내부비리전담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경위는 당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혐의가 명확히 드러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내부비리전담수사대는 조사와 함께 이 경위의 근무지인 휘경파출소를 관할하는 동대문서에도 ‘이 경위가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동대문서의 담당 직원이 사고가 벌어진 날 아침에야 공문을 확인하는 바람에 이 경위에게 총기가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동대문서 관계자는 “21일 오후 공문이 도착했고 다음 날 아침 해당 내용을 확인했지만 이미 총기가 지급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직무상 비위 등으로 징계 대상에 오르거나 형사 사건의 조사를 받는 경찰관의 경우 총기와 탄약 사용을 금지할 수 있음에도 ‘늑장 행정’으로 인해 부적절한 총기 지급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현재 경찰은 이 경위가 심리적 압박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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