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현역 승률 78% ‘기울어진 운동장’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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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누리당의 자칭 ‘국민공천 드라마’가 종영과 함께 냉혹한 평가를 앞두고 있다. 국민공천제가 결국 현역 지역구 의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결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의 효과를 기대한 정치 신인들의 도전이 주목받긴 했지만 생존은 쉽지 않았다.

경선서 비례대표 생존율은 22%
지지도 아닌 인지도가 승패 갈라

21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경선 결과 경선에 참여했던 현역 의원 71명 중 살아남은 현역은 49명이었다. 생존율은 69%였다. 특히 부산은 총선에 뛰어든 현역 15명(경선 승리 9명, 단수 추천 6명)이 모두 공천을 받았고, 경기도에선 친유승민계인 이종훈 의원을 제외한 21명이 모두 살아남았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간 양극화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경선에서 지역구 의원이 생존한 비율은 78.3%인 반면 비례대표는 21.7%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중 경선을 치르고 공천을 받은 의원은 이상일(용인정) 의원과 이재영(서울 강동을) 의원 둘뿐이었다. 비례대표 중 신의진(서울 양천갑) 의원, 민현주(인천 연수갑) 의원 등 9명은 경선에서 졌다.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현역 여성 비례대표들은 모두 고배를 마신 셈이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상향식 공천이라고 선전했지만 결국 새누리당의 여론조사 경선은 지지도 조사가 아니라 인지도 조사에 불과했다”며 “4년 내내 지역을 훑어온 현역들이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가 ‘영입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정치 신인 5인의 초라한 성적표도 이를 방증한다.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김태현·배승희·최진녕·박상헌 후보는 모두 탈락했다. 변환봉(성남 수정) 후보만이 공천을 받았다.

노원을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경선에서 패배한 김태현 변호사는 “TV 출연 정도로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고 최소 1년은 지역을 훑어야 한다”며 “(경선에선) 조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젊은 패기를 앞세워 의욕적으로 선거에 뛰어들었으나 한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선에 나섰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은 모두 공천을 받았다. 도전자 대부분이 정치 신인이어서 최고위원들의 인지도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몇몇 최고위원은 후보 자격도 없는 상대와 경선에서 붙느라 여론조사 비용만 썼다는 푸념을 늘어놓더라”며 “그럼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걸 알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전에 나선 정치 신인들의 심정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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