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 혐의 확인…내달 제재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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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어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한다.

현대증권이 복사기 빌려 쓰며
총수 일가 소유 기업 우회 지원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이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어겼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21일 현대그룹에 보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조사 결과 이런 혐의가 확인됐으니 의견을 내라’는 내용이 담긴 통보장이다. 공정위가 최종 처분을 하기 전에 밟는 절차다. 제재가 확정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첫 번째 처벌 사례가 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복사기를 빌려 쓰면서 HST란 회사를 중간에 끼워 이곳에 수수료 수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HST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매제인 변찬중씨를 비롯한 총수 일가가 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 운송지원업체 쓰리비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는 조사 시점을 전후해 롯데그룹에 매각됐지만 혐의가 발생한 시점엔 현대그룹 소유였기 때문에 처분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2013년 총수 일가 사익 편취와 부당 지원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생겼다. 개정법은 지난해 2월 시행됐다. 3개월 후 공정위는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하이트진로·한화·CJ 등도 조사 선상에 올랐다.

혐의가 확정되면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로 거둔 부당 매출의 최대 5% 해당하는 액수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총수 또는 총수 일가가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지시를 하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현대상선은 채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 없이 채권단이 진행하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채권단은 회사채 채무조정 등을 전제로 현대상선의 은행 대출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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