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산모트롤 '명퇴 거부 직원' 응접용 원탁으로 자리 이동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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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를 거절한 직원에게 ‘면벽 자리 배치’를 했던 두산모트롤은 해당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응접용 원탁’으로 자리를 이동 배치했다.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면벽(面壁) 책상 배치’를 시행했던 두산모트롤이 해당 직원을 ‘응접용 원탁’으로 자리를 이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규를 바꿔 대기발령 시 임금을 70%로 삭감해 퇴직 압박 강도를 키우기도 했다. 두산모트롤은 명퇴를 거절한 직원을 지난해 11월 사무실 구석 사물함을 바라보는 쪽으로 책상을 배치했다. 이 직원은 이에 항의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을 냈다. 회사는 노동위원회에 “재배치를 위한 임시 자리 배치였다”고 해명한 뒤, 해당 직원을 칸막이가 없는 응접용 원탁으로 이동 배치했다.

응접용 원탁에는 전화는 물론 컴퓨터 등도 없다. 해당 직원은 면벽 자리 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7시간 30분 동안 특별한 업무 없이 대기해야 한다. ‘면벽’에서 ‘원탁’으로 자리만 바꿨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직원의 직장 동료는 “원래 있던 사무실에 그 직원을 두기가 볼썽사나워서 다른 사무실로 보내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도 이런 식(면벽 책상 배치)으로 명퇴 대상자들을 압박해 왔다”고 전했다. 해당 직원의 사건 대리인인 법무법인 여는의 김두현 변호사는 “자리를 재배치해 문제를 해소했다는 말은 노동위원회를 기만한 행위”라며 “회사는 해당 직원을 관련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시키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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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용 원탁에서 대기 중인 명퇴 거절 직원.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해당 직원의 근무평점표에 따르면, 이 직원은 전임 임원에게서 평점으로 만점인 100점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 온 임원이 평점을 30점을 주면서 명퇴대상자에 선정됐다. 두산모트롤은 해당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기발령 시 임금의 70%만 지급’하는 것으로 사규를 긴급 변경했다. 이전까진 대기발령을 받아도 기존 임금 손실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규를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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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직원의 또 다른 회사 동료는 “2014년에 두산모트롤에서 명퇴를 6개월간 거부한 사례가 있어 대기발령 임금을 깎는 식으로 압박강도를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현 변호사는 “퇴직금은 퇴직직전 3개월 임금평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임금 삭감은 해당자에게 상당한 경제적 압박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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