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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교단과 교파 합심해 민족과 사회에 헌신하는 교회 만들겠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월 말 세계 개신교 지도자 대회 서울에서 주최 … 한국교회 통합의 계기로 혼란한 사회 치유하는 모범 보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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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총회장)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연임됐다. 임기는 1년이다. 이 목사는 2월 2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지도자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하고 “교회 일치와 사회공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이하 ‘한기총’)는 우리나라 개신교 보수교단들의 연합체다. 개신교 70여 개 교단과 10여 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진보적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양대 단체로서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다. 올해는 한기총을 비롯한 한국 개신교계에 특별한 해다. 세계 개신교 지도자들이 한국에 모이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교파들의 연합체인 세계복음연맹(WEA) 지도자대회가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WEA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보수교단 연합단체가 가입돼 있다. 한국에선 한기총이 2009년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대회 준비를 위해 가장 분주한 사람은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총회장)다. 이 목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기총 대표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그동안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교회의 일치와 사회 참여 등 리더십이 남달랐다는 교계 안팎의 평가를 받아왔다. WEA 지도자대회가 열리는 올해 대표회장의 중책을 다시 맡긴 것은 이런 평가에서 비롯됐다.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 목사를 2월 5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사흘 전(2일)에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두 번째 임기를 막 시작했다.

1년 동안 한기총 회장으로서 다시 한국 개신교계를 이끌게 됐다. 무투표로 연임됐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많은 분의 지지 덕분에 부족한 사람이 한기총 회장을 연임하게 됐다. 저는 크게 어떤 자리나 위치에 관심이 있지는 않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의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쓰임 받도록 부족한 사람을 세워주신 것으로 알고 한국 교회의 심부름꾼이자 머슴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고 한다. 이번에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무투표로 당선됐는데, 저는 이것 자체가 한국 교회의 하나됨을 위한 시작이 아닌가 하는 의미를 부여해본다. 한국 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저 자신부터 그리고 한기총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한기총부터 기득권 내려놓고 통합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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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미국의 침례교 부흥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대표적인 복음주의 전도자로 손꼽힌다. WEA는 복음주의 신앙에 입각한 세계 최대 개신교 연합체다. (오른쪽)WEA 역사상 첫 아시아인 사무총장인 에프라임 텐데로 목사(왼쪽)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WEA는 유엔과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연임이 결정된 뒤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강조했는데, 어떤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나?
“한국 교회는 지난 130여 년의 세월 동안 세계 교회가 주목할 만한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약 2만7000명)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급성장의 이면에는 분열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교권 갈등이나 신학적 입장 차이 등으로 교단이 계속 분열됐고, 교단 내 법적 소송이 사회법정으로까지 번지는 일이 생기게 됐다. 특히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것은 교회나 사회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 교회의 영적 지도력을 약화시켰다. 결국 오늘날 한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존경을 잃고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제 대화와 양보를 통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일치와 연합을 이뤄내야 할 때다. 특히 우리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기독교계가 앞장서야 한다. 한국 교회가 서로 화합하여 협력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세상을 향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낼 때 올바른 영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또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지난 해 8월 ‘광복 70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는 한국교회의 하나됨과 영적 부흥 그리고 남북통일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기도로 모았으며 한국 교회의 영적 갱신을 위한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한기총은 앞으로도 그리스도 안에서 화목과 하나됨의 영적 지도력을 발휘하고 한국 교회의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앞장설 것이다.”

이 목사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내건 화두는 ‘통합’이다. 한국 개신교계는 2012년부터 큰 홍역을 잇따라 치렀다. 한기총에 소속됐던 여러 교단이 탈퇴해 새로운 연합체(한국교회연합)를 만들었다. 여러 개신교 지도자가 나서 재결합을 촉구하지만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 목사가 교회 일치를 최우선 목표로 내건 이유다. 그는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21대 대표회장 취임 감사예배에서 “갈등과 분열로 잃어버린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고 일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회 일치를 위한 범기독교적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치 운동의 과정과 현주소, 비전은 무엇인가?
“한국 교회의 일치를 촉구하는 모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1월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역 기독교연합회 임원이 모여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역 기독교연합회 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기총과 한교연이 조속히 통합해 한국 교회에 주어진 큰 사명과 여러 도전에 대해 시급히 대처하기를 촉구했다. 각종 사회 현안의 대처와 기독교적 정책 반영을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에서 해줘야 하는데, 한기총과 한교연이 분열돼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여러 사회적 문제, 교회 개혁과 부흥, 한국교회 연합과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 등의 당면과제에 대해서도 전 지역 성도와 교회가 연대하고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국 교회, 대국민 신뢰 추락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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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종교적 방식으로 참여해왔다. 지난해 8월 9일 광복 70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교회 평화통일 기도회’의 한 장면.

지난해 10월에도 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대신, 기독교감리회, 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주요교단 총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국 교회가 하나되어 섬기는 것이 시급한 일이며 한기총과 한교연의 조속한 통합을 제안했다. 한기총과 한교연 사이에는 이단 문제라는 장애물이 있지만 같이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충분히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한국 교회가 연합과 일치의 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합과 분열의 역사를 반복해온 한국 교회는 이제 서로의 입장과 생각만을 고집하며 분열하는 자세를 버리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성령은 한국 교회가 하나되길 바라시며 아무쪼록 합력하여 선을 이루길 원하신다. 분열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화해와 화합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화해와 통합도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지난해에 한기총과 한교연은 동성애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대처했으며 또한 ‘광복 70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에 같이 참여함으로써 사회로부터 한국 교회가 하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이 한국 교회가 협력한다면 한국 사회에 하나됨의 영적 지도력을 발휘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신 과업이라고 본다. 올 한해는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과거 한국 교회는 구국의 최일선에서 모범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개신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하락과 신도 이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 교회가 구국의 최일선에서 모범을 보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교회는 일제강점기 민족 해방과 계몽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해방 전후로는 공산주의에 강력하게 대항하여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또한 전쟁 이후 비참한 삶을 살아가던 한국인들에게 근면과 정직, 긍정적 자세,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 오늘날 경제 규모 10위권의 나라를 이룩하는 데에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계 안팎에서 한국 교회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에 실시된 여론 조사의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의 대국민 신뢰도는 10.2%로 천주교(39.8%), 불교(32.8%)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성직자의 신뢰도에서도 신부(51.3%), 승려(38.7%)에 이어 목사(17%)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한국 교회가 이대로 주저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서 근원부터 살피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무너진 한국 교회의 위상은 교회의 하나됨을 통해서만 회복될 수 있다. 이는 성경에 적힌 신앙인의 의무(‘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에베소서 4-3)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하나되기 위해 힘써야 하며, 나아가 한국 교회가 사회적 책임의 소임을 다하는 섬김의 모습을 보일 때 그 위상의 회복이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참여 확대해 영혼구원 사역 완수할 것”
사회문제에 관해 교계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솔선수범하는 것도 사회적 사명의 일환일 텐데,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한기총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한기총은 출범할 때부터 건전한 복음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영혼 구원과 사회 참여를 동시에 실행해왔다. 현재 한기총은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성애 입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한기총의 노력의 결과로 다행히 서울시 인권조례에서 이 조항이 빠지게 됐다. 앞으로도 어떤 입법 시행에도 강력히 반대하며, 대처할 예정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한기총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문제는 역시 통일문제다. 올 1월 6일에 있었던 북한의 핵 도발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를 긴장하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1월 24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국가안보·북핵폐기를 위한 기도회를 열어 국제적 물의를 일으키는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다. (인터뷰가 끝난 직후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감행하자 한기총은 성명을 내고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에 대한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기총은 1989년 북한을 위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통일 한국을 대비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통일 문제와 더불어 한기총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현안은 바로 민생 문제다. 국내의 경기침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초 국내 소비가 지난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낮고, 메르스 사태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그래서 한기총은 경제회복을 위해 지난 1월부터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동참하게 됐다. 또한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쓸 예정이며, 소년소녀가정,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사회소외계층을 섬기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통일기금 적립운동을 제안했는데,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교계 차원의 활동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현안이다. 2014년 초 대통령께서 통일대박론을 거론하신 이후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준비에 있어서는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통일이 언젠가 반드시 있게 될 것인데 그때 가서 준비하면 너무 늦는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통일기금을 적립하여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통일기금 적립운동을 제안한 것이다. 그 일차적인 준비로 한국의 교회들이 통일기금을 미리 준비해 적립하고 있다가 통일이 오게 되면 북한에 교회를 건립한다든지 학교와 병원을 건립하는 등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이 운동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실적이 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다만 제가 섬기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매년 교회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확보해놓고 있다. 그리고 한기총 산하의 여러 교회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기총은 보수적 성향이 뚜렷하다. 진보적인 NCCK가 교회 개혁에 적극적인 반면 한기총은 변화에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진단과 대응의 문제만이 아니다. 교단의 이익과 기득권 보호에 치중해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부패는 세습 문제보다는 적임자 못 가려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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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방한한 WEA 제프 터니클리프 당시 대표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한기총은 2014년에는 WEA 총회를 유치했으나 교계 내부의 갈등으로 행사가 무산됐다. 이번 WEA 세계지도자대회는 한기총이 유치한 두번째 국제 기독교 대회다.

국민들이 지적하는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세습과 부의 축적인데,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
“대형 교회의 세습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임을 정할 때 그 교회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세우는 일이다. 교회가 다음세대로 넘어갈 때 담임목사를 잘못 세우면 교회가 지리멸렬하게 분열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적합한 인물이 아닌데 가족이라고 밀어 넣는 경우 교회가 어려워지면 큰 문제가 된다. 반대로 가족이라 할지라도 모든 이가 찬성하는 적합한 인물이고 또 그분으로 인해 교회가 더 발전한다면 굳이 세습이라는 굴레를 내세워 훌륭한 영적 지도자가 세워지는 길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즉, 세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적임자냐 아니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부적격자가 와서 교회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 아들이라도 적임자이고 교회들이 전적으로 동의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인의 청빈한 삶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교계의 응답이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교회 내 부의 축적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물질이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성경의 사도행전에 보면 서로의 재산을 나누는 신자들의 섬김과 나눔을 통해 초대교회 사회에 가난한 자가 없었던 것과 같이, 본질적이고 성경적인 교회의 물질관은 부의 축적이 아닌 부의 나눔에 있다는 것을 한국 교회는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교회 안팎에 있는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나눔과 섬김을 과감히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초대교회의 정신을 본받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교회 예산의 3분의 1(약 330억원)을 소외된 이웃을 섬기기 위한 구제와 선교에 투입하고 있으며, 기독교 NGO 굿피플의 국내외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교회 재정은 반드시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며 그렇게 될 때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달 말에 세계복음연맹(WEA) 세계지도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데 세계복음연맹이란 단체에 대해 설명해 달라.
“WEA는 1846년 영국 런던에서 세계 10개국에서 모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교회의 연합을 도모하고 세상을 향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연맹을 결성하면서 시작된 조직이다. 현재는 129개 국가의 교회, 6억2000만 명 성도를 대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 교회연합단체로 성장했다. WEA는 설립 초기부터 교회의 연합과 복음 전파를 위해 힘 쓰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이를 복음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모두 성경적이고 전통적인 신앙과 신학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교회의 사회 참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WEA의 비전은 ‘모든 나라를 제자 삼고, 사회의 그리스도 중심적 변혁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WCC(세계교회협의회)가 개신교계의 진보와 보수를 포함한 넓은 스펙트럼이라면 WEA는 보수적인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WEA는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기독교 연합과 복음주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대회를 개최하는데 7~8년마다 총회를 열고 매년 세계지도자대회를 개최한다. 이번에 이 ‘세계지도자대회’(World Evangelical Alliance International Leadership Forum, 약칭 WEA ILF)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WEA에 한기총은 어떤 지위와 역할을 갖고 있나? 대회에서 한기총 회장의 역할을 무엇인가?
“한기총에서 세계복음연맹 세계지도자대회(WEA ILF)를 주관하게 된 것은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 이 대회는 전 세계 교계 대표가 세계 선교와 교회 일치를 위해 의논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한기총은 전 세계 기독교인이 주목하는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한국 교회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고 선교 사역의 확장과 더불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문제의 해결에도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란다.

저는 한기총 회장으로서 이 대회가 텐데로 감독이 새로운 WEA 대표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우리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의 모든 복음주의 교단과 교회가 연합하여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한기총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연합을 더욱 공고히 하여 무너진 한국 교회의 입지를 높이고, 한국 교회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을 때,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한국 교회가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반도 평화 촉구 기독교 지도자들 결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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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방한한 WEA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WEA는 이번 세계지도자대회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세계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의논할 예정이다.

WEA 세계지도자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한기총은 2009년에 한국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해 WEA에 가입했다. WEA 가입 이듬해에 한기총은 ‘2014 WEA 총회’ 한국 개최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교계 내부의 문제로 WEA 총회가 일시 연기됐다. 그러던 중 새로 WEA의 수장이 된 에프라임 텐데로(Efraim Tendero) WEA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한기총이 ‘세계지도자대회’를 유치하게 됐다. 이는 세계 교회 가운데 한국 교회의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증거이자, 한국 교회가 세계 선교와 교회 연합에 있어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WEA가 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면 한기총은 한국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한기총에서 WEA와 협력해 WEA ILF를 개최하게 됐다. 현재는 자체 내의 문제로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이 갈라져 나왔지만, 한기총은 한국 교회 내에서 가장 유서 깊고 권위있는 대표적인 복음주의 연합 기관이다. 따라서 한국의 복음주의를 따르는 모든 교회가 한기총에서 주관하는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모임인 WEA ILF에 동참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세계지도자대회의 일정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WEA는 세계지도자대회를 1년에 한 번씩 특정 국가에서 개최한다.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지도자 120여 명이 참석해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의 성취와 긴급한 국제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자리다.

올해에는 한기총 주관으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복음 안에서의 동역(同役)’이라는 주제로 6일간 회의가 진행된다. 2월 27~28일 사전회의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29일에는 교계, 정계, 교육계, 재계 지도자 700여 명이 참석하는 개회식 및 환영 만찬이 있다. 이후 29일부터 3월 4일까지 분과별 전략회의가 열리며 3월 2일 판문점과 DMZ 방문, 4일에는 폐회 만찬 및 토의 결과의 발표 등으로 진행된다.

개신교를 대표하는 국제대회인 만큼 세계 교회와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특히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긴장 상태를 세계 개신교 지도자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정 중에 판문점과 DMZ 방문이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리고 마지막 날 대회 발표문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또 북한 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요청할 계획이다. 지도자들의 결의는 WEA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될 것이다.”

“WEA 대회로 한국 교회의 위상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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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기총은 기독교의 사회 참여를 확대해나가기 위해 각종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일부 교단에서 WEA의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세계지도자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WEA가 세계적인 단체이며 다양한 문화 가운데 활동하며 또 복음전도 외에 인도적 차원의 사회참여도 하다 보니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WEA의 핵심 정신은 보수 복음주의를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근본주의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다른 교회나 신앙 단체가 아무리 건전한 신앙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비성서적이고 자신들과 다른 복음을 지니고 있다고 오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복음을 널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증거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 단체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대화하고 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가운데 민족과 세계의 평화와 화해, 창조 질서의 회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협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WEA에서 실행하고 있는 동성애 반대운동, 난민문제 해결, 인신매매 금지, 핵무기 반대운동 등은 복음주의 기독교 운동으로 꼭 필요한 사역이다. 더불어 현재 통일 한국을 대비하고 이슬람의 유입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는 한국 교회에는 WEA를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적 국제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교회의 대다수가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이기 때문에 여러 교단과 연대해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한기총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에 한국교회의 위상을 드높이게 될 것을 기대한다.”

세계지도자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한기총 또는 교단 차원의 계획은?
“170여 년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WEA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복음으로 제자삼고 교회들이 예수그리스도를 향한 헌신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확장하기 위한 선교를 실천하고 있는 만큼 이 세계지도자대회의 한국 유치가 한국 개신교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세계 교회지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계획이다.

대회를 앞두고 한기총에서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를 세계 교회에 보여주는 만큼 보다 많은 교회와 교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큰 해결과제인 평화 정착에 대해 세계 기독교계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치겠다.”

세계지도자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한국 사회와 교계에 어떤 의미를 주나?
“이 대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 교회의 연합을 더욱 공고히 하여 무너진 한국 교회의 입지를 세우고, 한국 교회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다양한 교단이 함께 해 한국 교회가 이 대회를 계기로 하나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한국 사회에는 개신교가 하나되어 국제적 현안들과 한국 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 교회가 세계에서 주요 기독교 국가로서 높은 위치와 역량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스기사] 세계복음연맹(WEA) 지도자대회는 …
한반도 평화정착 위한 세계 기독교인의 기여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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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목사가 2016년 WEA 세계지도자대회 한국 개최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복음연맹(WEA)는 1846년에 영국에서 결성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미국과 더불어 21개 국가 대표자가 모여 세계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129개국의 복음주의연합체와 100여 개 국제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세계 최대 기독교 연합체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2009년 한기총이 가입해 한국을 대표한다.

WEA는 예수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정통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에 토대를 두고 성경의 절대 권위인정, 종교 다원주의 반대를 강조한다. 국제연합(UN)과 협력해 종교자유 수호와 환경보전, 여성인권 증진, 기아대책마련, 에이즈 퇴치 등에 앞장서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선 이후부터 개혁적 성향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카톨릭과 세계 선교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등 전향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또 지난해에는 필리핀 출신의 목사를 신임 총무(사무총장에 해당)로 선출해 WEA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인 총무가 배출됐다.

WEA는 1~3년마다 세계지도자대회(약칭: WEA ILF)를 개최한다. 올해에는 2월 29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개신교회 지도자 120여 명이 참석해 지난해의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활동 계획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는 한반도 평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회의 일정 중에는 판문점 견학 일정이 포함돼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를 주관하는 한기총은 최근 급속히 냉각된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견이 채택 되길 기대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WEA의 결정이 구속력은 없지만 세계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지구적 노력을 촉구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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