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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세기의 인공지능] 구글 알파고 맹활약에 IBM 왓슨 울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가장 크게 웃은 주인공은 구글이다. ‘인공지능의 대명사는 왓슨’이란 탄탄한 입지를 크게 흔들었다. IBM은 연일 보도자료를 내며 알파고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하려 노력했지만 대세를 막을 순 없었다. IBM만 운 건 아니다.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에게 꼭 기쁜 소식만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라지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큰 인간의 일자리가 뭘지 다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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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왓슨은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후 알파고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지던 3월 9일 오후, IBM은 미국 뉴욕의 왓슨연구소로 각국 기자들을 초대했다. 그룹의 연구를 총괄하는 조직이자 IBM이 자랑하는 인공지능 왓슨을 연구 개발해온 기관이다. IBM 금융 서비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재훈 부사장은 한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왓슨은 인간과의 경쟁을 이미 넘어섰다”며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더 크고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에 연승 거둬 세계적 관심... 왓슨의 인공지능 대명사 자리 흔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두 번째 대국이 벌어진 10일, IBM은 왓슨 관련 보도자료를 또 돌렸다. 왓슨의 주요 기술인 ‘자연어를 이해하는 능력’ ‘추론을 통해 가설을 생성·검증하는 능력’ ‘지속적으로 학습해 전문 지식을 발전시키는 학습 능력’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IBM 관계자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간 바둑 대결 기사에 언급된 IBM 왓슨 내용 중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마지막 대국이 열린 다음 날인 16일에는 IBM 왓슨 개발의 총책임자인 롭 하이 IBM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방한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공교롭게도 세기의 대결 바로 다음날, 그리고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다녀간 바로 다음주다. 알파고에 몰린 관심을 왓슨으로 되돌리려 IBM이 분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지난 30년 간 IBM은 인공지능산업을 이끌어왔다. 1989년 IBM은 인공지능 ‘딥소트’를 앞세워 인간 체스 챔피언 게리 파스카로프에게 도전했다. 단판 승부였고 승자는 인간이었다. 1997년 IBM은 파스카로프에게 두 번째 도전장을 보냈다. 딥소트를 기반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딥블루’가 도전자였다. 인간과 컴퓨터는 6번의 대결을 펼쳤고 2승 1패 3무를 거둔 딥블루가 승리했다. IBM의 다음 도전 대상은 퀴즈쇼 제퍼디였다. 딥블루에서 진화한 차세대 인공지능 왓슨이 주인공이었다. 2011년 왓슨은 제퍼디 우승자 두 명과의 퀴즈대결에서 압승했다.

IBM의 뒤를 이어 인공지능 개발에 나선 기업은 MS·애플 등 여럿 나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대명사 자리는 늘 왓슨의 차지였다. 이를 입지를 다지기 위해 IBM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4년 IBM은 왓슨 그룹을 따로 만들고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왓슨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글로벌 본부를 독일 뮌헨에 설립했다. 왓슨의 에코시스템(Watson Developer Cloud) 활성화를 위해 2015년 8만 명이 개발에 참여했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지난 ‘CES 2016’에서 “비즈니스에 통찰을 불어넣을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람처럼 데이터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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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던 왓슨의 입지에 균열이 생겼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계기로 구글 알파고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면서다. 인공지능이 이기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던 바둑에서 알파고가 연승을 거두자 딥소트·딥블루·왓슨의 계보를 이어받는 인공지능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IBM이 이번 바둑 대결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알파고 관련 기사의 홍수 속에서 IBM은 왓슨의 지속적인 학습과 전문 지식을 개발하는 기계학습 방식을 강조했다. 왓슨이 알파고에 비해 앞서있는 비정형 데이터 홍보에도 나섰다. IBM 관계자는 “왓슨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디지털 지식에 근거해 가설을 생성하고 지속적으로 디지털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코그너티브 컴퓨팅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알파고에 쏠려 있다.

구글의 도발적인 발언도 있었다. 데니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3월 7일 서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IBM 왓슨은 특별한 경우에 필요한 특별한 장비나 알고리즘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지만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바둑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이강윤 IBM 왓슨(Watson) 한국사업부 상무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왓슨은 인공지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디시전 메이킹 서포트(Decision Making Support) 즉, 대량의 정보를 식별해 개인이나 기업이 무언가를 판단할 때 도움을 제공하는 능력이 가장 앞선 인공지능”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세기의 대결로 구글은 엄청난 이익을 거뒀다는 평가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자랑하던 IBM의 위상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대명사 자리도 흔들었다. 구글이 사용한 비용은 상금 포함 2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대국 생중계 사이트에 트래픽이 폭주했고, 5개 방송사가 돌아가며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세돌이 거듭 패하자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는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 언론과 바둑팬, 나아가 일반인에게까지 알파고를 널리 알렸다. 세계가 구글이 지닌 가능성과 창의성에 주목했다.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기업 홍보 효과다. 특히 수백 조원 규모로 성장할 인공지능 분야에 알파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박스기사] 불 붙는 인공지능 개발 각축전 - 수백조 시장 놓고 CIT 공룡기업 총출동

인공지능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산업이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IBM은 수퍼컴퓨터 ‘왓슨’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 금융 서비스 산업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애플·존슨앤존슨·메드트로닉 등의 기업과도 협력 중이다. 구글은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하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알파고를 앞세워 인공지능 시장을 공략 중이다. 페이스북은 자사 SNS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머신러닝과 관련한 산하 기관만 10여 곳을 운영 중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를 운영 중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도 적극적이다. 2015년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및 판독 기술 기업 퍼셉티오와 학습능력을 갖춘 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보컬IQ’를 인수했다. 국내 업체들도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캐리어스’에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와 LG유플러스는 가정용 로봇회사 ‘지보’ 투자에 참여했다. SK텔레콤·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도 인공지능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많이 풀렸고, 투자가 늘고 있어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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