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높인 염경엽 "MLB 포스팅 상한선 800만 달러? 말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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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18일 두산전을 앞둔 염경엽(50) 넥센 감독이 모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포스팅(경쟁입찰) 상한선으로 800만 달러(약 90억원)를 제시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근 한국위원회(KBO)에 800만 달러로 포스팅 최대금액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염경엽 감독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리그의 자존심 문제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 감독과 넥센은 2014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2015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포스팅으로 MLB에 보낸 경험이 있다.

7시즌 이상 뛴 선수들은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포스팅을 신청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팀이 우선협상권을 얻는다. 만약 계약이 성사될 경우 입찰금은 이적료로 한국 구단에 지급된다. 문제는 MLB 측이 요구한 800만 달러가 꽤 낮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2573만7737달러(300억원), 박병호는 1285만 달러(150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한화와 넥센에 안겼다.

염 감독이 반발한 이유는 일본(2000만 달러)에 비해 상한선이 낮다는 것이다. 일본도 예전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한이 없었으나 다르빗슈 유(30·텍사스 레인저스)의 포스팅 당시 5170만 달러(600억원)까지 가격이 뛰면서 2013년부터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미국에 갈 선수는 일본에서도 통할 A급 선수다. 우리도 2000만 달러라면 괜찮겠지만 왜 800만 달러로 제한하나. 말도 안되는 소리다. A급 선수는 어느 리그에 가든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오타니 쇼헤이(니혼햄)가 미국 진출을 앞둔 상태에서 상한선을 없애자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에서도 오타니 같은 선수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 그 때 가서 다시 상한선을 없앨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포스팅 상한선을 두는 건 구단 입장에서는 분명히 손해다. 손에 들어오는 이적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한선을 낮게 둘 경우 구단들이 포스팅 입찰을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염 감독은 선수에게도 큰 이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팅을 줄인다고 해서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건 아니다. 포스팅 비용이 높다는 건 그만큼 선수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응찰에 나선 구단은 당연히 선수와 계약을 위해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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