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계 상당수 건지고 ‘박원순 키즈’는 기동민 빼고 전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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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左), 박원순(右)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표정 관리를 하고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개를 못 들고 있다.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내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쏠쏠하다. 더불어민주당의 4·13 총선 공천 결과를 차기 대선 주자들의 세력화와 연결시킨 결과다.

더민주 공천, 정세균계 몰락
안희정 측근 대부분 공천 받아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공천 결과에 대해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문희상·노영민·김현 등 친노 의원들이 배제됐지만 윤호중·박남춘·홍영표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여전히 상당수 남아서다. 원외 인사들 중에서도 김경수(김해을)·최인호(부산 사하갑)·정태호(서울 관악을) 후보 등이 공천을 받았다. 당 내에선 “문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양향자·김병관 등)까지 당선해 돌아오면 문 전 대표의 세력은 전보다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세균계 인사들의 몰락이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에게 득이 됐다고도 말한다.

문 전 대표는 17일 공천에서 배제된 정청래 의원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트위터에 “어렵고 아픈 결정을 했다. (정 의원은) 제물이 아니다. 쓰러진 것도 아니다”며 "(정 의원의 결정은) 아픈 지지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크게 봐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박 시장 쪽은 참담하다. 박 시장과 가까운 측근들 중 공천이 확정된 인사는 서울 성북을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유일하다. 임종석(서울 은평을)·민병덕(안양 동안갑) 후보 등이 잇따라 경선에서 패해 탈락했다. 서울 노원갑에서 경선을 준비 중이던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공단이사장은 ‘경선 포기’를 선언했고, 박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권오중(서울 서대문을) 예비후보는 2명 후보가 겨루는 결선에도 들지 못했다.

안 지사는 소리 없이 실속을 챙겼다. 대학 동창이자 안 지사 캠프 총괄특보를 지낸 정재호(고양을) 예비후보는 두 번의 경선 끝에 최종 후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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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에선 김종민(논산-계룡-금산) 전 충남 부지사, 이후삼(제천-단양) 전 충남 정무비서관, 나소열(보령-서천) 전 서천군수가 후보로 확정됐다. 현역인 박수현(초선·공주-부여-청양)·김윤덕(전주갑) 의원이 단수 추천을 받았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공천을 받았어도 불리한 지역이 많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측근들 중에선 이찬열(수원갑) 의원과 전혜숙(서울 광진갑) 전 의원이 후보로 확정됐다. 손 전 고문의 정무특보였던 강훈식(아산을) 예비후보도 단수 공천을 받았다. 손 전 고문은 강진에서 함께 지낸 보좌관을 보내 경선 중인 이남재(광주 북을) 예비후보도 돕고 있다.

이지상·안효성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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