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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이~ 공천이 다 그런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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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13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17일 새누리당에선 하루 종일 당이 쪼개질 정도로 파열음이 나왔다. 3·15 공천 학살을 둘러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친박계 대 비박계 간 집단 싸움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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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공천안 의결을 위한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데 맞서 이날 오전 친박계 지도부는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여 공천안 추인을 시도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왼쪽부터 서청원·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 비슷한 시각 김 대표는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김학용·권성동 의원 등 측근들과 비공개 회의를 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오전 9시, 국회 본관 2층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선 ‘반쪽 최고위원회’가 열렸다. 김 대표가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 현역들을 날린 공천관리위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공천안 의결을 위한 최고위를 취소한 다음 날이다. 서청원·이인제·김태호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만 모였다. 친박계 좌장인 서 최고위원은 “(보류된 공천안을) 의결 못한다 얘기는 못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 궐위 시’가 아니면 회의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다(당헌 30조)는 걸 알면서도 ‘우리끼리 밀어붙일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결국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자리의 성격을 ‘최고위원 간담회’로 낮추고 공천안 의결도 하지 않기로 했다. 역풍을 고려해서였다. 하지만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 “(김 대표에 의해) 공천위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친박계 이한구 위원장을 향한 엄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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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706호에 있었다. 측근 김학용·권성동 의원 등과 비공개 모임을 했다.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과 300여m 떨어진 곳에서 비박계+친김무성계 작전회의를 연 셈이다. ‘한 지붕 두 가족’ 모양새였다. 그러던 중 최고위원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대표사절’로 김 대표 방을 찾았다. 사과하라는 요구를 김 대표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단칼에 잘랐다. 그런 뒤 반말로 “니는 공천위가 하는 짓이 당헌·당규에 맞다고 보나?”라고 공박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에이~ 공천 한두 번 해 봅니꺼. 다 그런 거지…”라고 말했다.

#낮 12시 국회 앞 식당. 익명을 요구한 한 공천위원은 기자들을 상대로 이렇게 말했다. “친이계 인사들이 낙천한 건 이명박 정부의 ‘친박 학살(2008년 총선)’ 주범이기 때문일거야.” “컷오프(공천 배제)된 이종훈 의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밑에서 원내대변인 했잖아. ”

이번 공천이 정치 보복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표현들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열린 공천위 회의장에선 고성도 터져 나왔다. 외부위원들이 “공천위의 결정을 무시한 김 대표가 반성해야 한다”며 항의하면서다. 이들은 비박계 공천위원들과 신경전 끝에 30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엔 손도 대지 못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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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습만 봐선 새누리당 계파 갈등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새누리당을 보면 국민은 안중에 없 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선거를 하는지도 알 수 없다”며 "요즘 같아선 내가 정치를 했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글=남궁욱·현일훈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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