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도는 데만 7시간 걸려 “국회의원 당선돼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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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7시간. 4·13 총선에서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에 당선될 의원이 이들 지역의 군청 5곳을 기점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곳 선거구는 면적(5969.9㎢)이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가장 넓고, 시·군·구 숫자도 가장 많다.

강원 공룡선거구 직접 가보니
법정 통·리·반만 3120개 달해
“너무 넓어 지역 챙기기 불가능”

면적이 넓고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국회의원의 지역구 활동에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그래서 기자는 직접 차를 몰고 5개 군을 하루 동안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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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2시 홍천군청에서 지역구를 돌기 위해 출발했다. 통상 선거 사무실을 군청 주변에 마련하는 점을 고려해 군청을 기점으로 삼았다. 홍천은 5개 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다. 가장 가까운 인제군청까지 도로는 왕복 4차선이어서 비교적 운전이 수월했다. 하지만 인제를 거쳐 양구 방향 도로에 접어들자 왕복 2차선으로 좁아졌다. 홍천에서 인제를 지나 1시간30분 만에 양구군청에 도착하니 벌써 피로가 몰려왔다. 양구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길(왕복 2차선)은 더 나빴다. 대부분이 급커브에 경사도 심해 브레이크를 수십 번 밟았다 뗐다 되풀이했다. 30분 정도 이런 식으로 운전했더니 멀미가 났다.

이날 5개 군청 이동 거리는 366㎞로,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398㎞)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서울서 부산가는 것보다 훨씬 더 걸릴 듯했다. 이 선거구 면적은 가장 좁은 서울시 동대문을(6.01㎢)의 948배다. 법정 통·리·반만 3120개에 이른다.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홍천 주민 이종철(69)씨는 “국회의원 1명이 이렇게 넓은 선거구를 챙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역 실정과 무관하게 숫자에 맞춰 선거구를 정한 게 문제다”라고 했다. 최경환(57·화천)씨는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만 챙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도 5개 시·군이 묶인 선거구다. 이들 2개 선거구 면적은 강원도 전체 면적(1만6873.5㎢)의 65.7%에 해당한다.

지역에선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도의회는 지난 15일 ‘강원도 몫 비례대표 당선권 배치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지역 대표성은 인구뿐 아니라 면적 , 지역 특수성 등이 두루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원행정개혁시민연합·철원군 번영회 등 4개 단체도 지역 인사를 당선권 비례대표로 안배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원발전연구원 박상헌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강원도 선거구는 더 줄어 지역발전이 후퇴할 것”이라며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호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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