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손발 안 맞는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박정호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기사 이미지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17일 오후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정원.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하 지광국사탑) 해체 공사를 알리는 알림판이 눈에 띄었다. 탑 주변에 공사를 대비한 가설물이 삥 둘러쳐 있다. 22일부터 본격 해체에 들어가 2019년까지 원형 복원할 예정이다. 지광국사탑은 국보 제101호다. 고려시대 지광(984~1067) 국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浮屠)다.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지난 한 세기, 한국·일본을 오가며 아홉 번 넘게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탑 자체가 크게 망가지는 수난을 겪었다. 이번 공사는 옛 영화(榮華)를 되살리는 전신수술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탑 기단부에 있던 사자상(獅子像) 네 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간 일제강점기에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상은 불탑을 지키고 세상을 수호하는 상징이다. 지난 16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자상이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빨 빠진 사자’처럼 지난 60여 년 외롭게 서 있던 탑의 영화가 되살아날지 기대된다. 늦게나마 다행이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기대는 여기까지다. 이번에 우리 문화재 행정의 허점이 드러났다. 문화재 양대 기관인 문화재청과 박물관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 박물관 측은 3년 전 사자상의 존재를 알아내고, 보존 처리까지 마쳤지만 이를 문화재청에 공식 통보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해체 공사를 준비하며 관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지만 학계와 국민에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단순한 문화재가 아닌, 나라를 대표하는 국보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 게을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 기관은 할 말이 있다. “1962년 국보 지정 당시 사자상은 분명히 없었다. 박물관 측이 발견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서 지금껏 몰랐다”(문화재청), “지난해 6월 자체 학술지 ‘미술자료’에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꼭 문서로 통보해야 하느냐”(박물관)는 입장이다. 1년에 3명가량의 인력을 교류하는 두 기관의 해명치고는 궁색하기만 하다.

시간을 복기해 본다. 지광국사탑은 6·25전쟁 당시 탑 상륜부가 폭격을 맞아 1만여 개의 파편으로 부서졌다. 57년 상륜부는 콘크리트로 복원했으나 사자상은 분실 우려 때문에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당시 복원팀이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 박물관 측도 3년 전에 사자상의 정체를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그때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면 지금 같은 오해와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병찬 박물관 연구기획부장은 “두 기관의 소통이 부족했다. 앞으로 협조 체제를 단단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흔한 말처럼, 이제 다시 시작이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