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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 없이 45일 냉장 보관 가능한 불고기…미국·영국 코스트코 뚫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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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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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주요 대도시의 코스트코 100여 곳에선 한국식 냉장 불고기와 비빔밥이 판매대에 등장했다. 식품가공회사 수지스(Suji’s)가 만든 이 제품은 방부제 없이 45일 동안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는 간편식이다. 인공조미료도 넣지 않았다. 냉동이 아닌 냉장용으로 장기보관할 수 있는 한국식 불고기는 세계 최초였다.

이태원 수지스의 박수지 대표
네브래스카 주정부 투자도 받아
초고압축 살균 가공 기술 개발

수지스가 미국 중부에 위치한 네브래스카대학과 공동 연구개발해 이룬 성과다. 수지스의 냉장 불고기는 최근 영국 코스트코에서도 불고기 피자 형태로 판매를 시작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수지스’의 박수지(45·사진) 대표는 “집에서도 한식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을 간편하게 먹도록 한 이 불고기팩 하나에 엄청난 푸드테크가 녹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5년 서울 이태원에 ‘원조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수지스를 열어 성공한 외식사업가였다. 뉴욕 패션학교 FIT와 요리학교 ICC를 졸업한 그는 일본 도쿄에 수지스 롯폰기점을 오픈하고 주일본 미국대사관 내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단순 외식사업보다 기술을 갖고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성공하는 푸드테크 기업을 하고 싶어 미국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급성장 중인 가정용 간편식 분야를 눈여겨봤다. 뉴욕에서 강의를 듣고 사람을 만나고 음식TV프로그램을 하루 10시간씩 보면서 그는 음식과학 분야 연구개발과 유관 산업 간 연계가 탄탄한 네브래스카주에 눈을 돌리게 됐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네브래스카는 농축산업의 중심지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삶의 질을 따지는 젊은이들이 이 지역에 모여들면서 주정부가 농축산업·바이오·환경 분야를 테크와 융합시켜 산업적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뛰고 있다”며 “R&D부터 생산설비, 식품당국의 허가, 유통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지스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네브래스카 주정부와 대학은 제품 개발비 65만 달러(약 7억6000만원)를 수지스에 투자했고 불고기를 초고압축 살균으로 가공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네브래스카대의 연구개발 캠퍼스인 네브래스카 혁신센터(NIC) 대니얼 던컨 총괄은 “우리는 작지만 기민한 스타트업부터 포춘500대 기업의 대기업까지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수지스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유치해 고부가가치인 식품산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NIC는 올 가을 스타트업들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바이오테크 커넥터라는 실험실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을 끌어모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네브래스카 주정부와 NIC는 ‘제2의 수지스’를 발굴하기 위해 오는 5월 방한해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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