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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영화 '글로리데이'에 출연한 '대세' 류준열, '준비된 배우' 김준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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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소윤(STUDIO 706]

'글로리데이'는 상우(김준면)의 군 입대를 하루 앞둔 날, 경북 포항으로 여행을 떠난 스무 살 네 친구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성장영화다. 지수·김준면·류준열·김희찬은 평소 배우 변요한을 통해 친하게 지내던 사이. 서로 같은 영화의 오디션을 봤다는 걸 뒤늦게 알고 놀랐다가, 결국 다 같이 캐스팅의 기쁨을 누렸다. 막내 지수도, 맏형 류준열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촬영 내내 친구처럼 지냈다는 건 순도 100%의 진실이다. 이날 누군가 “네 배우 중 유일한 1980년대생”이라고 자신을 지칭하자 류준열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혼자 30대인 줄은 알았지만 (유일한 80년대생인 건) 방금 깨달았어요. 그런 걸 모를 만큼 ‘글로리데이’는 진짜 동갑내기들처럼 어울리며 재미있게 찍었어요.”

흔들리는 청춘, 함께라서 찬란한 날들

친구 같기도 하고 형제 같기도 한 넷의 찬란한 순간이 영화에 영원히 새겨진 건 팬들에겐 더없는 선물. 그 풋풋한 한때를 보노라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방영 중, tvN)에서 류준열이 부르짖던 “감사하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돈독한 배우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이후로도 쭉 보게 되리라는 예감 또한 감사하다! 이야기의 이음새가 삐걱거리는 대목도 있지만, 청춘들의 안타까운 분투가 긴 여운을 남기는 ‘글로리데이’. 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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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소윤(STUDIO 706]

어차피 대세는류준열
‘응팔’ 이후 계약한 광고만 스무 개 남짓. ‘정치 깡패’로 나오는 범죄 액션 ‘더 킹’(한재림 감독), 출연을 타진 중인 송강호·유해진 주연의 1980년대 광주 배경 시대극 ‘택시 운전사’(가제, 장훈 감독) 등 차기작 소식도 잇따른다. “‘응팔’ 초반에만 해도 (세간의 관심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는 류준열(30)은 이제 “혼자 돌아다닐 여유가 없을 만큼” 바쁜 배우가 됐다. 유들유들한 속사포 입담을 과시하는 장편 데뷔작 ‘소셜포비아’(2015, 홍석재 감독)의 BJ 양게 역으로 단숨에 주목받은 지 겨우 1년 만이다.

인디 뮤지션 역으로 깜짝 등장한 ‘로봇, 소리’(1월 27일 개봉, 이호재 감독), 악덕 염전주의 아들로 분한 ‘섬. 사라진 사람들’(3월 3일 개봉, 이지승 감독), 곧 선보일 ‘계춘할망’(창감독 감독) ‘양치기들’(김진황 감독) 등 올해 개봉작은 대부분 ‘응팔’ 이전에 촬영한 것들.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려는 최정열 감독님의 순수한 시각이 좋아서 함께하고 싶었다”는 ‘글로리데이’ 역시 그중 하나다. “데뷔 초 출연한 독립영화들은 현장이 놀이터 같았어요. 다 같이 공부하면서 만들어 가는 느낌이었죠. ‘응팔’부터는 달랐어요. 베테랑들 틈에서 자기 실력을 프로페셔널하게 내보여야 하죠. 제작비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생각이 많아진다고 해야 하나. 때가 묻어 가는 것 같아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점점 더 요령이 생기는 거죠. 요령이 쌓이고 쌓이면 자기만의 스타일과 무기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확성기에 대고 원맨쇼를 할 만큼 대담하면서도 철부지 같은 구석을 지닌 지공은 류준열이 “나와 가장 닮았다”고 말하는 캐릭터. 매 작품 주변에 실제 있을 듯한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 대해 그는 “머릿속으로 꾸며내지 않고 주위에서 비슷한 인물을 찾아 흉내 내는 것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최정열 감독은 그게 겸손이라고 귀띔했다. “류준열은 촬영 전까지는 걱정도 많고 거의 굴을 파고들어 가듯 캐릭터에 몰입해요. 그러다 현장에선 모든 걸 내려놓고 날아다니죠. 무아지경에 빠진달까. 천생 배우예요.”

류준열이 사범대를 목표로 재수하다 수능을 한 달 앞두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연기 경험이 전무했지만, 매일 꼬박꼬박 챙겨볼 만큼 영화가 좋고 영화를 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는 단순 명쾌한 이유였다. 20대 후반 늦깎이 배우로 데뷔해 가파르게 인기를 얻은 그가 최근 유명세에 시달릴 때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가능한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지금 그의 가장 큰 목표는 “먼저 지치지 않는 것”. “촬영하다 보면 배우들은 정신적으로 점점 더 지치거든요. 고민이 필요할 때 감독님보다 제가 더 빨리 지쳐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쓸데없이 힘주지 않고 아주 서서히 노련해지는 것. 배우 류준열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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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소윤(STUDIO 706]

준비된 배우의 이름 김준면
김준면(25)을 가장 쉽고 빠르게 설명하는 방법은 엑소와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일 테다. 얼마 전 엑소의 북미 투어를 끝내고 돌아왔다는 그의 눈꺼풀엔 피곤과 밀린 잠이 한껏 내려앉은 듯 보였다. 하지만 ‘글로리데이’와 연기에 관한 질문을 꺼내자마자 금세 무대에서 ‘으르렁’대던 눈빛으로 변했다. 엑소로 데뷔하면서 졸업은 포기해야 했지만, 사실 김준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09학번)를 다녔던 준비된 배우다.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과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긴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연기의 매력에 빠져 선택한 길이다. 그러니 그가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을 거라는 섣부른 판단은 접어 두는 게 좋을 듯하다. “‘글로리데이’는 엑소의 수호를 잠시 내려놓고 신인 배우 김준면의 자세로 촬영한 영화예요.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을 좋아해서 꼭 그런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고등학생이나 스무 살 즈음의 방황하는 청춘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요. 제게는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김준면이 기대하고 기다려 온 것처럼 혈기왕성한 배우들이 모여 신나게 찍은 이번 영화에는 청춘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그가 연기한 상우는 또래들이 한번쯤 거쳤을 법한 고민의 결정체다. 가족이라곤 고물상을 하는 할머니뿐인데 그마저 진로 문제로 투닥거리는 모습이나, 내일로 다가온 해병대 입대에 대해 아직 말하지 못한 것이 그렇다. 결국 할머니께 편지만 남긴 채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 상우가 좁은 골목길을 터덜터덜 걸어간다. 김준면은 그 뒷모습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이라 말한다. “누군가 ‘글로리데이’에서 날 떠올릴 때 그 장면을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아 많이 고민한 대목이에요. 극 중 할머니를 생각하며 걸었는데, 영화를 본 (변)요한 형과 (이)동휘 형이 그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말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서.”

김준면은 그렇게 차분히 실력을 다지며 조금 천천히 배우의 길을 걷는 중이다. ‘글로리데이’를 함께했던 세 배우들의 활약을 지켜본 덕분에 “지금 연기에 대한 갈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유독 “아쉽다”란 말을 자주 했다. “학교에서 조금 더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지 못한 것”, 극 중에서 유독 사이가 좋아 보였던 “상우와 용비, 둘만의 이야기를 더 풀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이어 자연스럽게 ‘책임감’이란 말을 꺼냈다. 그만큼 아직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뜻일 터. “친한 형과 지수랑 떠난 LA 여행에서도 숙소, 식당, 차량 렌트 그리고 운전까지 도맡았다”는 걸 보니 그 말이 더욱 믿음직스럽게 들린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김준면이 스크린에서 후회 없이 내달리는 모습,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원정 황혜민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사진 전소윤(STUDIO706) / 장소 협찬=포시즌스호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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