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민 1200명의 국경 넘은 사랑…해발 1270m 네팔 산골에 학교 지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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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든 네팔 칩이마을 주민들이 새 초등학교 앞에 모여 있다. [사진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네팔 산골 마을에 제천시민들의 성금으로 지은 학교가 생겼다.

지속가능협의회서 2000만원 전달
작년 지진 때 무너진 학교 복구 도와

시민·학계·기업 관계자 등 1200여 명이 회원인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회장 박종철)는 지난 1일 네팔 신두발촉 지역 칩이마을을 방문해 초등학교 준공식을 가졌다고 15일 밝혔다. 마을의 유일한 학교인 칩이가응초등학교는 지난해 4월 네팔 대지진 때 무너졌다. 마을이 해발 1270m 고지에 있는데다 가는 길도 험해 네팔 정부도 구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생태보존운동을 주로 해온 협의회는 이 소식을 접하고 돕기에 나섰다.

협의회는 지난해 6월부터 모금을 시작하고 자선 바자를 열었다. 도라지 장사도 했다. 박 회장 소유의 밭(2640㎡)에 심은 3년근 도라지를 회원들이 직접 캐서 시장에 팔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기부 의사를 밝히거나 택배로 구호물품을 보내 온 제천 출신 인사도 많았다.

협의회는 이렇게 2000만원을 모아 “학교를 짓는 데 쓰는 게 좋겠다”며 이 마을에 전달했다. 박 회장은 “꿈을 잃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 네팔 어린이들에게 뜻깊은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성금으로 자재를 구입해 학교를 지었다. 학교 건물 기둥은 지진이 나도 무너지지 않게 철골트러스로 세웠다.

협의회는 의류·학용품·책가방·세정도구 등 구호물품 300여 점도 두 차례 전달했다. 박정순 사무국장은 “헌 옷을 세탁한 뒤 곱게 포장해서 꼭 전달해 달라는 시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칩이 마을 주민들은 학교 준공식 이후 방문단 일행에게 염소 2마리를 잡아 잔치를 베풀었다. 학교 건물 한 쪽에 태극기도 게양했다. 협의회는 이 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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