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절뚝이는 발로 올림픽 출전권 따낸 남현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펜싱 여자부 국가대표 남현희(35·성남시청)는 걸을 때 오른발을 절뚝인다.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져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줄 정도다. 남현희는 "운동할 때의 통증은 남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지만 펜싱을 사랑하는 남현희는 수술 대신 검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쿠바 하바나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플뢰레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따서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플뢰레는 국내 랭킹 1·2위 두 명만 출전할 수 있다. 전희숙(32·세계랭킹 14위)이 국내 1위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가운데 남현희는 이번 대회 동메달로 세계랭킹을 15위로 끌어올렸다. 결국 국내 2위로 남은 1장의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15일 귀국한 남현희는 "마지막 월드컵이라서 운명에 맡기자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메달을 땄다. 펜싱을 계속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올해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다. 한국 펜싱 사상 올림픽 4회 출전은 남현희가 처음이다.

13세에 펜싱을 시작한 이후 남현희는 22년동안 검을 휘둘렀다. 펜싱에선 보기 드문 작은 키(1m55㎝)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더 빨리 움직였다. 체급이 있는 종목은 아니지만 남현희는 몸놀림을 가볍게 하기 위해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몸무게는 임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45㎏을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남현희는 거인이나 다름없는 유럽 선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땅콩 검객'이란 별명도 얻었다.

일찍 펜싱 스타가 되면서 구설에도 올랐다. 지난 2005년 쌍꺼풀 수술 파문으로 6개월간 국가대표 자격정지를 당했다. 속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 경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이었지만 당시 성형수술로 오해를 받으면서 훈련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2011년 사이클 선수 공효석(30)과 결혼해 2013년 딸을 낳은 뒤에도 그는 검을 놓지 않았다. 남현희는 "아기를 낳고 나서 악력이 떨어져 한동안 검을 잡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펜싱을 그만두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많이 뛴 탓에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졌지만 딸 하이(3)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다. 출산한지 4개월 만에 피스트에 복귀해 하루에 8~9시간 훈련을 했다. 그리고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남현희는 "체력은 예전보다 딸리지만 나이가 들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이 생겼다. 메달 획득에 대한 부담감을 벗어버리고 내 생애 네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