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제해양사법센터 설립”…조업분쟁 잦은 한국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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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014년 9월 24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북방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민샤위(?霞漁) 01971호’가 파나마 화물선과 충돌했다. 마침 인근을 순찰 중이던 중국 동해함대 소속 푸저우함(福州艦)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침몰 중이던 어선에서 선원 10명을 무사히 구출했다. 중국은 이 사건을 푸젠(福建)성 샤먼(廈門)해양법원에 배정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이 앞으로 국제해양사법센터를 설립해 민샤위호 사건과 같이 관할 해역에서 발생한 국제 해양 분쟁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이 유엔 산하의 국제해양법재판소에 대응하는 기구를 설립해 자신의 해양 권익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저우창(周强) 중국 최고인민법원 법원장은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한 업무보고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와 해양강국 전략을 보장하고, 국가 주권과 해양권익, 기타 핵심이익을 확실히 수호하겠다”며 “해양 재판 업무를 강화하고 국제해양사법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저우 법원장은 “지난해 중국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는 1만6000건에 이른다”며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우 원장의 주장은 필리핀 정부가 2013년 헤이그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이 오는 5월로 예정된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지금까지 재판 자체를 거부한 채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말하는 국제해양사법센터는 기존 국제해양법재판소와 달리 경제적 중재를 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저우(廣州)의 해양법 전문 왕징(王敬) 변호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의 기존 해양법원도 남중국해 등 관할 해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계된 어부나 선원을 국적에 상관 없이 재판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해양법원 대부분이 국제 분쟁을 다룰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룰 상급 사법기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국제사법기구를 설립하게 되면 어선 조업 분쟁이 빈발하는 한국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법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법기구 내지 준사법기구를 설립하려는 시도”라며 “하지만 관련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사법적 판결이나 준사법적 결정에 불복할 경우, 기구가 설립되더라도 사법적 강제력은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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