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대사 "북 추가 핵실험시 더 강력한 제재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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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주유엔 대사가 14일 “이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에 가깝다. 하지만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 경우 더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오 대사는 이날 관훈클럽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관훈초대석에서 “유엔에서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번에 한·미·일이 협의해 내놓은 초안의 상당 부분이 결의에 반영됐지만 100% 반영된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앞으로 또 반영할 수 있단 이야기”라며 이처럼 말했다. 오 대사는 “이렇게 강한 제재가 나왔는데 또 나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내용이 추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예단해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러나 현재 채택된 결의안을 보면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경우’ 이런저런 것을 제재한다고 돼 있는데, 이 단서를 떼는 것만 갖고도 굉장히 강해진다”고 답했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나온 결의에선 의심이 가는 해운 운송만 제재했는데, 이번 결의에선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은 무조건 검색하라고 돼 있다. ‘의심 있을 때만’이란 한 줄이 빠진 것이지만 이행에선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다. 제재의 성격과 관련, 오 대사는 “제재는 목적이 있는 것이고 처벌이 아니다. 유엔이 북한의 체제 붕괴나 흡수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제재를 할 리가 없다”며 “하지만 이번 제재가 북한 정권에 여러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제재를 통한 압박 뿐 아니라 유인책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오 대사는 “1993년 1차 핵위기 때만 하더라도 북한이 진짜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경제적 보상을 받기 위한 협상카드로 쓰려는 것인지 불확실했고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의 효용성이 더 높았을 수 있다. 93년 나온 제네바 합의가 당근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9·19 공동성명은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채택됐으며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협상카드로 쓰는 게 아니라 핵무기를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실전 핵능력을 보유하려 한다는 것이 확실해졌고, 이제 과거처럼 유인책이나 보상을 주는 방법만 써선 핵을 포기시키기 어렵단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기 다섯 번 정도의 핵실험을 해서 실전 핵능력에 가까워졌고, 북한도 네번째 핵실험을 통해 실전 핵능력 보유에 가까워졌다고 봐야 한다. 이에 국제사회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결의를 채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적 비확산 체제에 있어 북한이 네번의 핵실험을 한 것은 중요한 분기점(threhold)을 뜻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해야만 하는 시급성이 국제사회에 있다”며 “예상보다 강력한 결의안에 중·러가 동의해준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오 대사는 비핵화 대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을 병행하자는 중국의 제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평화협정 문제는 이미 9·19 공동성명에 들어 있고,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된다면, 비핵화가 전제가 돼서 해야지 병행 논의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비핵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 이행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가 실제로 얼마나 협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 대사는 “중국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분개하고, 이것이 전략적 이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주거나 붕괴를 초래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고 어느 선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는데, 이번엔 그 균형을 높은 선에서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의 요구로 마지막에 결의안의 일부 내용이 바뀌었는데,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수정했고 러시아도 동의한 것인데, 거기서 또 러시아가 제재 이행에 소극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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