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54곳은 이미 3당 대결…‘일여다야’ 구도 현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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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한 달 남겨놓고 여당 후보는 1명인데 야당 성향의 후보가 여럿 경쟁하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공천 현황을 분석한 결과 13일 현재 수도권 122개 지역구 중 54곳(44.3%)에서 세 당이 모두 후보를 내기 위한 공천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서울 22곳, 인천 8곳, 경기 24곳에서 단수후보를 공천하거나 경선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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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세 정당이 모두 후보를 확정한 곳은 동대문갑·을, 영등포을, 도봉을, 관악갑 등 5곳이다. 영등포을의 경우 새누리당 권영세, 더민주 신경민, 국민의당 김종구 예비후보가 각각 단수후보로 추천됐다. 도봉을은 새누리당 김선동, 더민주 오기형, 국민의당 손동호 예비후보의 경쟁으로 대진표가 짜였다.

지난 총선 0.22% 득표 ‘정통민주당’
수도권 22곳 공천, 6곳 승패에 영향

관악갑의 더민주 유기홍(재선) 의원은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와 여야로 나뉘어 선거를 치렀는데 이번엔 같은 야권 후보로 만나게 됐다”면서 “새누리당 후보까지 상대해야 해 막판까지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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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출마 선언한 노원병에도 3자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 에선 수원무, 성남수정, 구리 등 5곳에서 3당 후보 간 대결이 확정됐다. 인천 13개 지역구 중 남동갑·남동을·부평갑·계양을 등 4곳에 세 정당이 후보를 확정했다.

일여다야 대진표는 선거 결과의 불가측성을 키우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의 김미현 소장은 “19대 총선 수도권에서 2000표 이내로 승부가 결정 난 곳이 16곳이다. 제3후보가 표를 가져갈 경우 승패 예측이 힘들어진다”며 “투표율이 높은 60대 이상 야당 지지자들 중 국민의당 지지자가 많아 더민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에선 2012년 총선 때의 ‘정통민주당’을 사례로 꼽는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4년 전 정통민주당은 수도권 후보 22명을 공천해 한 명도 당선 못 시켰지만 7석을 새누리당에 상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정통민주당이 정당득표율 0.22%를 기록했지만 수도권 6개 지역에서 승패를 가르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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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을의 경우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가 6만3238표를 얻어 2위인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와 1459표 차였는데 이곳에서 정통민주당 이문용 후보는 2692표를 가져갔다. 경기 광주에선 새누리당 노철래 후보가 4만7460표를 얻어 민주통합당 소병훈 후보(4만 6133표)를 1327표 차로 이겼다. 이 지역도 정통민주당 최석민 후보가 4349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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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국민의당 존재감이 많이 약화됐다고 하더라도 4년 전의 정통민주당에 비해선 위력이 있다”며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당은 유효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긴장하는 건 더민주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국민의당이 후보를 내고 (연대 없이) 선거를 이끌어 가는 게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야권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과 선거 연대가 안 되더라도 승패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정한울 연구교수는 “수도권은 인물 요인이 중요한데 국민의당 후보들 중 파괴력 있는 인물이 많지 않다” 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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