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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심청은 효녀일까? 비틀어 읽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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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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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고전
이진경 지음, 글항아리
520쪽, 2만2000원

“독자들이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세상을 볼 수 있는 파격의 힘을 갖게 하고 싶다.” 저자 이진경씨가 밝힌 책을 쓴 이유다. 그는 1987년에 출간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 등을 통해 80년대 우리 사회 이념논쟁의 복판에 섰던 사회학자다. 새 책에서는 익숙한 고전소설을 파격의 대상으로 삼아, 권선징악적 교훈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독법을 펼쳤다. 효의 상징 격인 심청에게서 반인륜적 요소를 찾아내는 식이다. 진정한 효를 위해서라면 피하는 게 좋았을 자신의 죽음을 고집스레 밀고 나간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씨는 “『심청전』은 절대적 명령인 ‘효’에 순종하는 심청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 명령의 지고함이 아닌 황당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런 점에서 맹목적 효를 설파하고 강권하는 게 아니라 ‘효이기를 중단한 효’를 통해 효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텍스트”라고 결론 내린다. 기존 틀을 부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해석은 『홍길동전』 『흥부전』 『숙향전』 등에서도 종횡무진 펼쳐진다. 비틀어 읽기의 재미가 쏠쏠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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